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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현주

덴마크 B&O 사의 오디오 디자인

	1999년 01월 07일 덴마크 B&O 사의 오디오 디자인 얼마전 교내식당에서 영어교육과의 원로 교수님과 함께 자리를 한 적이 있었다. 그동안 자주 뵙거나 대화를 나눈 기회가 많지 않았던 교수님이셨는데 그 분은 내가 스웨덴에서 디자인 공부를 했다는 것 을 아시고는 스칸디나비아의 여러 나라들과 그곳의 디자인에 대해 물어 오셨다. 그 교수님께서는 음악에 관심이 많다고 하시면서 특히 덴마크의 B&O (Bang and Olufsen)사의 오디오 제품 디자인이 마음에 드신 다고 말씀하셨다. 깔끔하고 날씬한 형태의 박스형 디자인으로 1970 년대에 전 세계에 '데니쉬 룩(Danish Look)' 선풍을 주도했던 뱅 앤 드 울룹센사의 디자인은 일반인들에게도 이미 널리 알려져 있기 때 문에 그 교수님의 말씀이 사실 그렇게 놀라운 것은 아니었다. 여담이지만, 1993년 1월 내가 귀국 준비를 하고 있을 무렵 평소 알 고 지내던 대사관 직원의 부인이 내게 B&O사의 제품을 구입했냐고 물으며 한국에 들어갈 때 꼭 사가지고 가도록 권하기도 했었다. 영 문을 몰라 어리둥절해 하는 내게 그녀는 국내에서는 B&O사의 제품 을 구하기도 쉽지 않을 뿐 아니라 구하더라도 가격이 무척 비싸기 때문에 꼭 사용하지 않더라도 이사짐에 넣어가면 팔 수도 있다며 (유럽에근무하는, 특히 스칸디나비아에 근무했던 사람들간에는 당 연시되는) 큰 살림의 지혜인냥 알려주던 기억이 있다. 그때 나는 그 냥 웃고 말았는데 지금도 후회는 없다. 전에는 가끔 롯데호텔과 롯데백화점을 잇는 지하도를 지나노라면 국내에 들어와 있는 B&O사의 제품들을둘러 보기도 했는데 그것은 어떤 디자인 제품들이 들어와 있는가 보기 위한 것일 뿐이다. 나는 새로운 차 모델이 나오면 자동차 영업소에 들러 차를 구경하고 한 번 앉아보기도 하는 데 B&O사의 제품들에게도 이런 정도의 관심이 라고나 할까. 물론 디자인 명품을 소유하고 싶은 마음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세상의 좋은 디자인, 멋진 물건들을 수집해가며 살 만큼 경 제적인 여유가 있는 것도 아니고 또 한편으로 나는 삶의 도구들이 나 물건들은 가능한한 적게 소비하며 살고 싶은 마음이기에 별 미 련은 없다. 이러한 나의 태도가 가끔 디자인이라는 나의 전공과 부 딪혀 혼란스럽기는 하지만 말이다. 이야기가 엉뚱한 대로 갔는데 처음에 언급한 것처럼 B&O사의 제품 들을 좋아하신다던 그 교수님은 좋아하는 이유가 제품들이 물론 멋 진 모습이기도 하고 성능도 좋지만 그 물건 자체에서 전자 제품에 서는 드물게 오리지낼러티가 느껴져 좋다고 하시는 것이었다. 그 리고는 그러한 특질은 우리 디자인에서는 흔히 볼 수 없는 것이라 고 말씀하셨다. 내가 놀란 것은 바로 이 부분이었다. 그리고 그것은 디자인의 오리지낼러티라는 어휘의 선택과 그 속성에 대해 정확 한 이해 때문이었다. 정년이 몇 년 남지 않은, 평생 연구실에서 연 구만 하셨을 것 같은 교수님의 그 한마디는 디자인에 대한 나의 고 민을 가로지르는 것이었다. 얼마전 쓴 내 삶의 속도라는 글에서 나는 내 자신을 포함하여 국 내의 많은 디자이너와 디자인 전공 학생들이 스스로를 지나치게 도 구화하고 상업화하는 것이 디자인 발전을 저해하는 요소라고 말한 적이 있었다. 정말 나는 가끔씩 뼈속까지 상업화되어버린 내 자신과 나의 학생들을 발견하고는 소스라치게 놀랄 때가 있다. 디자인은 어짜피 응용학문(?)이고, 태생부터 '미술가를 산업현장으 로'라는 구호와 함께 산업혁명 시기에 만들어진 분야이기 때문에 대학에서의 디자인 교육은 취업을 위한 실질적인 기술교육이어야 한다는 생각, 그리고 디자인은 결국 경제적인 이윤추구를 목적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많이 팔리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 이러한 것들 이 디자인계에 팽배한 일반적인 정서라고 할 수 있다. 물론 최근 들 어 문화적인 측면에서 디자인을 보려는 시도가 있기는 하지만. 나 역시 그러한 풍토 속에서 공부해 왔고 그러한 생각이 100% 틀렸다 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하지만 그것은 반쪽의 진실(?)에 불과하다. 왜냐하면 그러한 식의 사고로는 앞서 말한 디자인의 오리지낼러 티를 이루어 낼 수 없기 때문이다. 문화는 없고 문화산업만 존재하는 상황, 디자인은 없고 디자인 비즈 니스 만 존재하는 현실이라고 단정한 데에는 바로 이러한 오리지 낼러티에 대한 인식부재를 말한 것이었다. '디자인'이라는 용어의 어원과 정의에는 몇 가지 설이 있지만 일반적으로 널리 이야기되는 것은 디자이란 '머리속에 있는 생각이나 구상, 혹은 아이디어 등을 조형적인 요소들을 이용하여 표현해내는 것'이라는 것이다. 내가 다니던 스웨덴의 디자인학교가 1995년에 150주년을 맞으며 펴 낸 학교의 역사에 대한 책 제목은 Tanken och Handen 이었는데 그 뜻은 '생각과 손'(혹은 아이디어와 작업)이라는 것이었다. 그 책을 보면서 나는 디자인 학교의 역사를 서술한 책의 제목으로 잘 어울 리는 제목이라 생각했다. 왜냐하면 디자인 작업의 본질을 잘 드러내 주는 것이기 때문이다. 디자인 분야뿐아니라 조형예술 분야들은 모두 인간의 감각들 중 시 각적인 면과 밀접한 관계를 갖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의학적으로 얼 마나 근거가 있는 말인지 모르겠으나 '눈은 뇌의 일부' 혹은 '뇌의 확장'이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는데 조형예술 분야들은 기본적으로 눈을 통해 커뮤니케이션하는 분야라 할 수 있다. 그리고 손은 무형 의 사고를 구체화시키는 도구라고 할 수 있다. 결국 디자인이라는 것도 다음 모든 분야가 다 그렇듯이 사람의 정신과 육체를 통해 애 초에 만들어지는 것이고 그 창조의 과정이 반영된 것이 바로 오리 지낼러티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디자인을 도구적으로만, 상업적으로만 파악했을 때 간과되는 부분이 바로 창조의 초기에 작동하는 근본적인 속성들이라 할 수 있다. 일 단 무엇인가 창조적인 것이 만들어진 후에야 그것을 가지고 어떻게 비즈니스 할 것인가 하는 문제가 부각되는 것 아닌가. 만드는 데에 는 관심이 없고 팔 궁리만 하는 사회. 이러한 사회에서 오리지낼러 티를 지닌 굿 디자인(Good Design)이 나올 수 있을 지..... 기본에 충실하는 일. 그것이 지금 우리에게 더 필요한 일이 아닐까.
	2004-04-23 12:40: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