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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현주

스웨덴 이상주의자들의 무모한 선택

	1998년 10월 1일 스웨덴 이상주의자들의 무모한 선택 지난 9월 유엔이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1998년 현재 ‘삶의 질 (quality of life)’이라는 측면에서 세계에서 가장 높은 수준에 있는 나라는 스웨덴이었다. 이 발표내용은 다소 뜻밖의 것이기도 했는데 그 이유는 1960, 70년대에 “세계의 실험실”, “세계의 아방가르드 사회”라는 찬사를 받으며 온 세계의 부러움을 한껏 샀던 스웨덴이 지만 1980년대 말, 1990년대 초에 이르러서는 스칸디나비아의 복지 국가모델이 급변하는 세계 체제속에서 이미 그 한계를 드러냈다고 평가받고 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이번 보고서의 내용은 스칸디나 비아 모델이 정치, 경제 모델로서는 더 이상 유효하지 않을 지라도 일상생활의 근간을 이루는 사회, 문화 모델로서는 여전히 우리에게 시사하는 점이 많음을 보여준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보고서의 내용 중 흥미를 끌었던 또 한가지 점은 최근 경제적 호황 기를 누리고 있는 미국에 대한 평가 부분이었다. 경제호황에도 불구 하고 정작 미국인들의 ‘삶의 질’은 그다지 높지 않은 것으로 드 러났는데 그 이유는 부의 극심한 편중과 중산층의 붕괴 등으로 사 회가 양극화하여 사회빈곤층이 16%에 달하기 때문이었다. 생존의 권리가 위협받고 자연과 더불어 살 권리, 여가와 문화를 향유할 권 리, 삶의 질을 추구할 권리를 상실한 계층의 확산으로 일상적 삶이 심각하게 위협받고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현상은 경제위기를 맞고 있는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더욱 심각하다고 할 수 있다. 흔히들 경제가 좋아지면 사회 일부(?) 계층이 겪고 있는 삶의 공황 상태가 해소되리라 생각하지만 이러한 문제들은 단순히 경제논리로 만 해결될 수는 없는 것이다. 최소한의 사회적 안전망조차 마련되어 있지 않은 우리 사회의 경우에는 무엇보다도 가치관의 혼란과 위기 를 이길 수 있는 문화적 잠재력을키우는 일이 시급하며 삶의 질로 서의 문화, 인간과 자연이 공존하는 생태적 가치관의 확립이 우선되 어야 한다. 스웨덴 정부는 올해 초 핵발전소 하나를 폐쇄하기로 결정하였고 앞 으로 매년 스웨덴 내의 핵발전소를 하나씩 폐쇄하여 2010년까지는 스웨덴내의 12개 핵발전소를 모두 폐쇄하기로 하였다. 이러한 결정 은 스웨덴 국민들의 환경에 대한 인식과 실천의지를 잘 보여주는 예라고 할 수 있다. 1971년 로마클럽이 <성장의 한계>라는 보고서 를 낸 후 1976년 6월 스톡홀름에서 개최된 유엔 인간환경대회에서 는 ‘하나밖에 없는 지구’라는 슬로건과 ‘인간환경선언’이 채택 되었다. 그후 스웨덴 정부는 1980년에 국민투표를 통해 스웨덴 내의 12개 핵발전소를 단계적으로 모두 폐쇄하기로 결정을 내렸다. 아무 리 환경에 대한 위기의식이 고조되어 있다고는 해도 막대한 경제적 이해관계가 걸려있는 이러한 사안을 결정하는 과정은 스웨덴에서도 쉽지만은 않았다. 특히 수출에 많은 부분을 의지하고 있는 스웨덴 경제계에서는 국가경쟁력을 저하시키는 결정이라며 강력하게 반발 했지만 결국 스웨덴 정부와 국민들은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내는데 성공했다. 그리고 18년이 흐른 지금처음으로 핵발전소 하나를 폐쇄 함으로써 구체적인 실천을 시작하고 있다. 1980년 국민투표이후 스 웨덴 사람들은 핵발전소를 폐쇄하기 위해서는 하루빨리 대체 에너 지를 개발해야 하며 환경문제를 고려한 산업기술의 발전이 이루어 져야 한다고 생각했고 스웨덴 정부와 산업계 역시 장기적인 전망하 에 대처방안들을 세웠다. 무자비한 개발에 따른 환경과 생태계 파괴로 지구 곳곳에 엄청난 재난이 일어나고 기상이변으로 전세계 식량수급에 어려움이 예상되 고 있는 최근의 상황은 스웨덴 국민들의 선택이 단순히 이상주의 자들의 무모한 결정만은 아니었다는 점을 보여주고 있다. 스웨덴이 ‘삶의 질’면에서가장 앞선 나라로 평가받고 있는 것은 이렇듯 물 질적인 풍요로움 때문이 아니라 정신의 건강함, 사회의 건강함, 그 리고 자연과 인류 전체에 대한 애정과 관심때문이 아닌가 생각해 보게 된다.
	2004-04-22 14:42: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