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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현주. 김교만과 한국 현대 그래픽 디자인. 조형_아카이브. 2011년 제3호, 101~134쪽.
[목차]
1. 김교만과 한국 그래픽 디자인
2. 응용미술로서의 디자인
3. 디자이너 세대의 출현과 한국적 그래픽 디자인의 전개
4. 국제화와 컴퓨터의 영향
5. 김교만 디자인의 현대적 계승은 가능한가
1. 김교만과 한국 그래픽 디자인
1928년 9월 7일 충청남도 공주에서 출생한 김교만은 성남중고등학교를 졸업한 후 1950년에 서울대학교 미술대학 응용미술과에 입학하여 1956년에 졸업했다. 졸업 직후 K.K.디자인연구소를 설립하여 2년 동안 운영했고 그후 진명여고, 성심여고, 서울예고 미술교사 및 동양방직주식회사 디자이너 생활을 거쳐 1965년 서울대학교 응용미술과 교수로 부임했다. 김교만은 1994년 정년퇴임할 때까지 약 30여 년간 모교에 재직하며 디자인 교육자이자 초창기 한국 그래픽 디자인 형성기의 선구적 디자이너로서 활발한 활동을 했다. 이 글의 목적은 김교만의 생애와 작품활동을 통해 1950년대 중반부터 1990년대 중반까지 약 40여 년에 걸친 한국 현대 그래픽 디자인의 한 모습을 살펴보고자 하는 것이다.
1966년 제1회 대한민국 상공미술전람회가 처음 개최될 당시 김교만은 학창시절 스승이자 후에 동료 교수가 된 이순석 심사위원장을 도와 제1부 상업미술부의 심사위원으로 참여하였고 1990년까지 집행위원, 심사위원, 초대작가 등을 역임했다. 활동 초기부터 우표디자인 작업을 꾸준히 해온 김교만은 1998년 작고하기 전까지 정보통신부의 우표 심의위원으로 활동했으며, 통상산업부 산업디자인 심의위원으로도 활동했다. 1972년에 창립된 한국그래픽디자인협회(KSGD)1) 초대회장을 지냈으며, 1980년부터 1998년까지 서울일러스트레이터협회 회장을 역임했다. 1968년에 서울시 문화상을, 1976년에는 대한민국산업디자인전 대회장상인 상공부장관상을 수상했으며 1982년에는 유네스코 주최 노마 국제전에서 특선을, 1988년에는 88서울올림픽 문화포스터로 제12회 바르샤바 국제 포스터 공모전에서 특선을 받는 등 국내뿐만이 아니라 해외에서도 한국을 대표하는 디자이너로 소개 되었다. 1993년에는 동탑산업훈장을 수훈하였고, 1996년에는 한국산업디자인포장개발원(KIDP)에서 디자인 관계자들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하여 선정한 ‘한국의 산업디자이너 100인’ 중 70%라는 압도적인 득표 기록으로 1위에 선정되기도 했다.
김교만은 고희 기념전이자 유작전이 된 1998년 뉴욕 전시회를 포함하여 총 다섯 차례 개인전을 열었고 『한국의 가락』(1980)과 『아름다운 한국 ‘86 그래픽 4』(1986) 등 단행본을 출판하기도 했다. 김교만은 ’86아시안게임과 ‘88서울올림픽 문화포스터에도 사용된 상모 쓴 농악대 모습의 그래픽 캐릭터가 등장하는 포스터와 우표 디자인으로 널리 알려졌지만, 1974년에 제작한 서울지하철 심볼마크와 1978년에 진행한 서울지하철 3, 4호선 토탈 디자인, 1977년의 성산대교 아치 디자인, 1980년부터 1984년 사이에 진행한 한일은행, 주택은행, 중소기업은행, 대한투자신탁 등 시중 은행들의 아이덴티티 디자인, 1987년부터 1988년까지 진행했던 한국국제공항 국제선 제1, 2청사 및 국내선 사인 시스템 및 픽토그램 제작, 그 이듬해에 진행한 한국공항관리공단의 아이덴티티 디자인, 1989년부터 1990년에 제작한 동남은행 및 제일생명 아이덴티티 디자인, 1991년부터 1992년에 진행한 서울정도600주년기념 한국방문의 해 심볼마크 및 로고타입 등 당시 사회적인 수요가 컸던 기업 및 정부기관의 CIP 작업도 다수 진행했다. 대학 2학년 때 지도교수였던 이순석의 권유로 천주교에 입교한 김교만은 천주교 신자로서 서교동 성당 및 서초동 성당, 역삼동 성당 등의 교회 실내 및 성물 디자인 등을 제작하기도 했다.2) 또한 김교만은 1988년 일본 세이부 백화점에서 열린 <Soul of Seoul> 행사의 총괄 아트 디렉터를 맡기도 했고, 1991년부터 1992년에는 이탈리아 제노바에서 개최된 엑스포'92 행사에서 대한민국관 설계 및 제작의 총 디렉터를 맡기도 했다.
김교만은 교수로 재직 중이던 1978년에 영국의 세인트마틴스미술대학으로 유학을 가서 공부하는 등 서구 디자인 스타일에 대한 관심이 많았고, 해외 디자이너의 작품이 소개된 책들을 가까이 하며 이들의 디자인 감각과 표현방식을 한국적 그래픽 디자인에 접목하려는 노력을 기울였다. 1994년 정년퇴임 후에는 컴퓨터 기술을 배워 그래픽 표현에 있어 변화를 주고자 했으며 그 결과를 1998년 고희 기념전에서 소개하고자 하는 등 그래픽 디자이너로 한평생을 살아가면서 활발한 작품 활동을 했다.
이 글은 세 시기로 나누어 써졌다. 첫째는 디자인이 응용미술로서 이해되던 1960년대 중반까지의 시기이다. 둘째는 산업경제적인 차원에서 디자인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한국 사회에 이전보다 뚜렷한 전문가로서의 자의식과 정체성을 가진 디자이너 세대가 출현하여 한국적인 그래픽 디자인 스타일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던 1960년대 중반부터 1980년대 말까지이다. 셋째는 88서울올림픽을 전후하여 시작하여 현재까지도 이어지고 있는 글로벌 시대, 디지털 시대이다. 이 글을 쓰면서 함께 고찰해보고자 했던 맥락은 다음 세 가지이다. 첫째는 김교만이 30여 년간 재직했던 서울대학교 미술대학의 그래픽 디자인 교육이며, 둘째는 한국 그래픽 디자인 분야의 형성 과정이다. 그리고 세 번째는 한국 사회 전반의 변화이다. 이 세 가지 차원은 각각, 그리고 때로는 상호 긴밀한 연관성 속에서 김교만의 생애와 디자인 세계 형성에 영향을 미쳤다. 김교만의 생애와 작업에 대해서는 그와 평소 가깝게 지냈던 지인들의 회고와 김교만 자신이 생전에 했던 인터뷰 내용, 그리고 남겨진 그의 작품과 그에 관한 관련 글들을 참고했다.
김민수(1996)는 김교만이 그래픽 디자이너로서 전문적인 성공을 거둔 측면이 있으나 그의 성공은 오히려 한국 그래픽 디자인을 오랜 기간 동안 오로지 자와 콤파스에 의한 도안기법으로 인식하게 했다면서 이러한 기법은 이순석의 교육으로부터 전통적으로 이어져 온 응용미술과의 편화 방법에 의한 양식화(stylization) 과정이 더욱 심화된 모습이라고 평가한 바 있다. 그 결과 1990년대 중반까지도 한국적 정체성이 단지 표면 이미지에 한국적 주제를 사용하는 것으로 합법화 되는 한계를 드러냈다는 것이다.3) 1960년대 중반에 디자인이 보다 세분화되고 전문화된 영역으로 자리매김하기 시작하면서 초창기 디자이너 세대로서 김교만의 역할이 중요했고 또 그 영향이 1990년대까지도 일정부분 미쳤던 것은 사실이지만, 이 글에서는 한국적 그래픽 디자인의 한계와 문제를 지적하는데 있어서 김교만 개인의 특이성을 강조하기보다는 그러한 개인을 만든 사회적 조건, 즉 그에게 도래한 사건과 상황은 어떠한 것이었는지 함께 살펴보면서 김교만 디자인의 특징과 그래픽 디자이너로서 그의 디자인 사고와 선택이 갖는 현재적 의미를 찾아보고자 한다.
[그림 01] 김교만 디자인의 특징을 잘 보여주는 우표 디자인
2. 응용미술로서의 디자인
해방 후 1946년에 서울대학교 예술대학 미술학부에 도안과가 만들어져4) 대학 차원에서 디자인 교육이 시작되고 졸업생이 배출되기 시작했지만 당시 디자인에 대한 사회적인 인식이나 산업경제적인 여건은 매우 열악했다. 1950년에는 6.25전쟁이 발발하여 1953년까지 온 나라가 폐허가 되다시피 하고 그나마 있던 산업적 기반마저 초토화 되어버려 모든 것을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1928년생으로 1950년에 응용미술과에 입학했던 김교만은 서울대학교에 입학하자마자 6.25전쟁을 겪게 되어 피난 중 대전에서 전시대학을 다니며 학업을 계속했으나 이수 학점 부족으로 1956년에야 졸업을 하게 되었다. 1951년부터 1956년까지 김교만이 수강했던 과목은 다음과 같다.6)
1951 - 국어, 교련, 철학개론
1952 - 국어, 교련, 영어, 서양미술사, 철학개론, 과학개론, 구성, 미술실기
1953 - 교련, 서양미술사, 미학개론, 미술(실기), 입체의장, 예술론, 교육학, 미술감상
1954 - 서양미술사, 고등도학, 미학개론, 미술실기, 사진, 예술론
1955 - 불어, 조선미술사, 고등실기
1956 - 고등실기, 보통실기, 천문학, 자연과학개론, 교육사, 교육학
김교만이 이수한 위의 과목들을 실제로 담당했던 교강사를 확인할 수는 없지만 당시 응용미술과 교수로는 이순석이 있었고 이종근, 조병진, 김의영, 이희태, 한홍택, 존 엘 후랑크 등이 강사로 출강했다.7) 김교만은 대학을 졸업하던 해인 1956년 9월에 열린 한국미술가협회의 제1회 한국미협전에 출품을 하여 <성모>라는 작품으로 특선을 받았다.8)
[그림-02] 1950년대 응용미술과 수업 모습(1954)
[그림-03] 제1회 한국미협전 특선작 <성모>, 1956년 9월 25일자 동아일보.
김교만은 대학에 입학하기 전 고등학교 시절에 동화백화점(현, 신세계백화점)에서 열렸던 <산업포스터전>을 관람하고 출품된 작품들에 매료되어 감탄했다는 말을 하곤 했는데9) 이 전시회는 한홍택이10) 1945년에 창립하여 초대 회장을 지냈던 조선산업미술가협회(현재, 대한산업미술가협회)11)의 정기회원전이었다. 한홍택의 1939년의 일본동경도안전문학교의 졸업작품과 1940~50년대 작품들에는 회화적 일러스트레이션과 간결한 형태, 중복구성, 평면성, 비대칭 구성 등과 같은 회화적 모더니즘의 그래픽 기법이 나타나고 있었다. 한홍택은 1952년에 제1회 <한홍택 산미 개인전>을 개최하고, 1958년에는 제2회 <한홍택 모던데자인전>을 가졌는데 한홍택의 간결하고 회화적인 일러스트레이션 기법은 서울미대 디자인 교육에도 영향을 미쳐서 김교만의 초기 작품에는 이순석이 지도하던 편화된 양식화 방식과 더불어 회화에 기반하여 추상성을 향해 가던 한홍택의 사실주의 양식화 과정이 절충된 모습으로 나타나기도 했다.12)
[그림 04] 한홍택의 일본동경도안전문학교 졸업작품(1939)
[그림 05] 제2회 한홍택 모던데자인전 작품(1958)
1950년대 중ㆍ후반에 유한양행이나 화신백화점, 그리고 몇 몇 은행과 방직공장 등에서 도안사를 채용하기는 했으나 그때까지 대학에서 디자인을 전공한 사람들이 갈만한 이렇다 할 직장이 많지 않았기 때문에 응용미술과 졸업생들은 대개 중고등학교에서 교편을 잡았다가 대학에 디자인 관련 학과가 늘어나면서 점차 대학교수로 자리를 옮겼다.13)
김교만은 1956년 졸업 후 장발 학장의 권유로 그보다 일년 먼저 졸업하여 계성여중고의 미술교사로 근무하고 있던 권순형과 함께 을지로 수표동에 두 사람 이름의 이니셜을 딴 ‘K.K.디자인연구소’를 열었는데 김교만은 당시 상황을 다음과 같이 회고했다.
그 사무실은 제 아이디어로 차린 게 아니라, 당시 미국 콜롬비아대학에서 공부하고 돌아와 서울미대 학장으로 계시던 장발 선생님께서 추천하셔서 하게 된 거였죠. 졸업을 앞두고 장래 문제를 한창 고민할 때, 장발 선생님께서 학장실로 부르셔서 취직도 좋고 교직에 남는 것도 좋지만, 디자인 스튜디오를 한번 운영해보는 게 어떻겠냐고 하시더군요. 외국에는 있는데, 우리나라에 없다는 게 너무 이상하다면서요. 혼자서는 벅찰테니 권순형 교수와 함께 하라고 하셨어요. 소위 요즘 말하는 ‘클라이언트’는 본인이 소개해주시겠다고 해서 시작했죠. 그때 당시만 해도 상표디자인이나 포장디자인 등에 관계되는 일들이 꽤 많았어요.
당시 권순형 교수는 파트타임으로 사무실 일을 했지만, 저는 전적으로 사무실 운영에 모든 시간과 노력을 기울였지요. 그 때는 아무 것도 모르면서 퍽 많은 일을 해냈습니다. 유치한 단계이기는 했지만, 요즘 디자인 스튜디오가 하는 일을 거의 모두 해냈으니까요. 지금처럼 조직력을 갖추고 운영된 것도 아니고, 장발 선생님을 비롯한 여러 주위 어른들의 도움으로 일한 것에 불과하지만 그 의의는 자못 큰 것이었습니다.14)
1956년 10월에 시작하여 2년 동안 운영되던 K.K.디자인연구소는 권순형이 1958년 10월 한국공예시범소로15) 직장을 옮기면서 해체되었고, 이후 김교만은 진명여고의 미술교사직을 얻어 교편생활을 시작했다. 그러다가 동일방직의 전신인 동양방직주식회사에 디자이너로 취직하여 4년간 광고와 텍스타일 패턴 개발 업무를 담당했다. 동양방직에 근무하던 시절 김교만은 시장조사를 위해 동대문시장에서 일주일을 꼬박 지낸 적이 있었는데 그 때의 경험을 통해 우리나라 사람들이 좋아하는 색상과 패턴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고 이후 작품에도 반영했다. 김교만은 “우리나라 사람들은 꽃, 화초 무늬를 좋아하고 색깔은 갈색과 회색조를 좋아한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어요. 동물을 그린다든가 원색을 쓴다든가 하는 것은 위험한 시도일 수도 있지요. 그러한 조사를 바탕으로 대중적 패턴을 생산해서 많은 판매실적을 올린 적이 있었습니다.”라고 회고하기도 했다.16) 동양방직을 그만 둔 후 김교만은 성심여고와 서울예술고등학교 교사생활을 거쳐 1964년부터 서울대학교에 시간강사로 출강했고 그 다음해인 1965년 12월에 응용미술과의 전임교수가 되었다.
김교만과 권순형은 디자인사무실을 운영하기 전 이미 학창시절에 용산 후암동에 있던 이순석의 집에 같이 기거하며 이순석에게 의뢰가 들어온 포스터, 포장지 등의 디자인 작업을 돕고 용돈을 받아 생활을 한 경험이 있었기 때문에 서로 일의 호흡을 쉽게 맞출 수가 있었고 사무실 공간은 권순형의 입학동기인 이상우가 자신의 집 2층에 30평 공간을 내주어 일을 시작하게 되었다. 사무실을 차린 후에는 별도의 홍보나 영업을 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장발 학장을 비롯한 여러 교수들, 친지들의 도움으로 곰표 밀가루, 경방 레이블 등 제분회사나 제과회사, 방직회사 등에서 의뢰를 받아 포장지 디자인, 달력 디자인, 라벨 디자인, 포스터 디자인, 책 표지 디자인 등의 디자인 작업을 했다.17) 한편 서울대학교 미술대학에 시간강사로 출강하여 그래픽 디자인 관련 수업을 했던 한홍택 역시 K.K.디자인연구소가 설립되던 1956년 같은 해에 명동에 한홍택도안연구소를 개소했다. 당시 인쇄 관련 그래픽 일은 일명 도안가라고 불리던 사람들이 했는데 대학에서 디자인 전공자들이 배출되면서 우리 사회에도 점차 도안가와는 차별화된 디자이너라는 전문 직업이 생겨나게 되었다.
1994년에 김교만은 산업디자인과의 시각디자인전공 교수로, 권순형은 공예과의 도자전공 교수로 서로 다른 학과에서 정년퇴임을 했지만, 1950년대 초 학창 시절 두 사람이 받았던 디자인교육이나 이후 K.K.디자인연구소 시절을 거쳐 서울대학교 미술대학 응용미술과에 함께 재직하던 1960년대 중반까지는 디자인교육에 있어서 디자인과 공예가 엄밀하게 구분되어 있지 않았다. 당시 응용미술과 교수와 학생들은 1949년에 제1부 동양화, 제2부 서양화, 제3부 조소에 이어 제4부로 만들어졌던 국전 공예부에 작품을 출품했으며 디자인의 사회적ㆍ산업적 기반이 부족하던 시절에 국전 공예부는 국가적인 차원에서 분야의 존재를 알릴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창구였다.18) 김교만 역시 학창시절부터 국전 공예부에 출품을 했고 응용미술과 부임 초기에는 그래픽 디자인 수업만이 아니라 금속공예도 담당했다.
서울대학교 미술대학의 디자인 교육목표와 커리큘럼 구성에 전반적인 영향을 미친 사람은 이순석이지만, 그래픽 디자인에 한정시켜 본다면 비록 짧은 기간이기는 했지만 1950년대 중반에 서울대 응용미술과에 출강하여 상업미술, 선전미술 등의 과목을 담당했던 한홍택의 영향 역시 컸다.19) 서울대 출강 이후 한홍택은 1959년부터 1969년까지 홍익대학교 교수로 재직했는데 그가 서울대학교와 홍익대학교에서 지도했던 학생들 중 다수가 이후 설립된 주요 대학의 디자인과 교수가 되었다.20) 이러한 배경 때문인지 20세기 중후반기 한국 그래픽 디자인사의 전개 과정 속에서 서울대학교와 홍익대학교 출신들은 협회 활동이나 국내외 대규모 행사를 준비하고 실행하는 과정에서 상호 협력하기도 하고 때로는 서로 견제하고 경쟁하며 제도권 한국 그래픽 디자인 계를 형성해왔다.21) 물론 이 시기에 서울대학교와 홍익대학교 출신의 디자이너들만 있었던 것은 아니지만 한동안 디자인 분야의 주요 활동이 두 대학 출신의 대학교수들을 중심으로 이루어졌으며 이러한 상황은 1970년대 말부터 급속한 증가를 보이며 1980년대 말까지 대학 전체 증가보다 더 크게 팽창한 디자인 관련 학과의 증가에 힘입어 여러 대학에서 디자인 졸업생들을 배출하게 되면서 점차 완화되었다.
정시화(1972)는 일제 식민지 통치시대의 조선미술전람회(鮮展)로부터 1960년대 초에 이르는 시기동안 응용미술은 평면적인 표면장식이나 배색 등을 고려하는 도안 이상으로 이해하지 못했다고 보았다.22) 그는 우리나라에서 오늘날과 같은 현대 디자인의 형성이 구체화되기 시작한 시점은 1960년대 제3공화국 수립 이후이며 그 이전 시기는 공예와 디자인이 응용미술이라는 이름으로 혼재하면서 전문화되지 못했던 시기였다는 것이다.23) 즉 1960년대 중반 이전까지는 미술적이고 공예적인 요소의 일부가 피상적으로 산업에 응용되는, 순수 아카데미적 예술관에 입각한 디자인의 공예미술적 이해 단계였다고 보았다.24) 그 결과 1960년대 중반 이전에 디자인이라는 용어는 실질적으로 대학이나 사회에 제대로 수용되지 못하고 오히려 응용미술, 상업미술, 공업미술, 공예, 심지어 도안이라는 용어로 통용되었고 실제 그 수준도 수공예적인 수준 이상의 것이 되지 못했다. 주제 자체가 표면장식이나 포스터와 같이 평면적인 것일 때에는 특히 도안이라고 말했고 입체적인 생활공예품의 경우도 공예라고 했으며 점차 산업화 되면서 산업생산 제품을 전통적인 공예 공방의 수준에서는 제작할 수 없는 공산품을 고안한 것을 렌더링과 설계도면으로 나타낸 것은 산업도안으로 통용되었다. 도자기, 금속, 염색 등 공방에서 공예가 자신이 직접 제작할 수 있는 수준의 제품은 공예라고 불렀다. 그리고 평면적이고 입체적인 두 가지를 통칭할 때는 응용미술이라고 불렀으며, 1960년대 이후부터는 평면적인 것은 상업미술, 입체적인 것은 공업미술이라고 불렀다.25)
3. 디자이너 세대의 출현과 한국적 그래픽 디자인의 전개
김교만이 대학을 졸업한지 9년 만에 37세의 나이로 서울대학교 응용미술과 교수로 부임했던 1965년은 청와대 수출확대회의에서 한국공예기술연구소의 설치 결정이 있었던 해이다. 이어 그 이듬해 1966년 7월 26일에 한국공예기술연구소가 서울대학교 부설기관인 한국공예디자인연구소로26) 개칭되어 설립되고 같은 해에 대한민국 상공미술전람회가 신설됨으로써 기존의 국전 공예부 중심의 디자인 흐름에 변화가 있게 되었다. 1960년대 초반까지 지속되던 국전 공예부의 성격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눠 볼 수 있는데 첫째는 일본에서 당시 도안이라고 일컬어지던 서구적 조형 감각의 응용미술을 전공한 이순석(1905-1986)을 중심으로 하는 공예미술이었고, 둘째는 김진갑(1900-1973)을 중심으로 한 전승주의적 공예였다. 상공미전은 국전의 이 두 경향 중 첫 번째 경향, 즉 이순석이 추구했던 디자인과 공예가 강화된 것으로 상공미전을 계기로 그래픽 디자이너, 공업 디자이너라는 보다 세부적인 디자인 직업에 대한 인식이 확산되었다.
상업미술부, 공예미술부, 공업미술부 등 총 3부로 구성된 제1회 대한민국상공미술전람회의27) 심사위원장 및 각 부 심사위원 구성은 다음과 같았다. 먼저 심사위원장은 이순석, 심사부위원장은 한홍택과 민철홍이었고 제1부 상업미술부 심사위원은 한홍택, 염인택, 조병덕, 김교만, 조영제, 제2부 공예미술부 심사위원은 이순석, 백태원, 백태호, 권순형, 제3부 공업미술부 심사위원은 민철홍, 박대순, 한도룡이었다.28) 이들 대부분은 국전 공예부를 중심으로 활발히 활동해온 이른바 공예가 세대였는데 이들이 일종의 완충 세대 역할을 하면서 본격적인 디자이너 세대 출현의 발판을 제공했다.29) 제1회 상공미전의 각 부별 응모내용은 다음과 같았다. 제1부 상공미술은 포장지, 포스터, 인쇄광고, 직물, 벽지디자인 등이었고, 제2부 공예미술은 목공예, 칠공예, 금속공예, 도자기, 염색직물, 죽세공, 피혁, 유리 및 각종 수지 공예 등이었으며 제3부 공업미술은 가구, 금속기구, 지물가공, 기계, 기구, 플래스틱물 등이었다.30) 초창기 상공미전은 공예 세대와 차별화된 디자이너 세대의 등장을 견인하기는 했으나 이를 통해 배출된 대부분의 디자이너 세대가 대학 교수가 되고자 함으로써 1980년대까지도 일종의 디자인과 교수 등용문과 같은 구실을 하게 되었다. 이런 이유로 주로 현직 대학교수들로 구성된 심사위원들이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했고, 본래 출범 취지와 달리 디자인 비즈니스 현장과는 긴밀한 연관성을 갖지 못하는 한계를 안고 있었다.31)
김교만은 조영제와 함께 1965년 12월에 서울대 교수로 임용되어 1966년부터 전임교수로서 학생들을 지도했고 그로부터 5년 후 양승춘이 부임했다.32) 1994년에 김교만이 정년퇴임할 때까지 길게는 40년, 짧게는 25년 동안 서울대학교 미술대학의 그래픽 디자인 교육은 서울미대 응용미술과 50년대 학번이었던 김교만, 조영제, 양승춘 등 세 사람에 의해 이루어졌다.33) 김교만과 조영제가 부임하던 시기에 응용미술과에는 이순석, 김정자, 권순형, 민철홍 등 네 명의 전임교수가 있었는데34) 1960년대 중반부터 이순석은 석공예에, 권순형은 도자공예에 집중했고 김정자는 기초디자인을, 민철홍은 제품디자인에 해당하는 내용을 가르침으로써 김교만, 조영제, 그리고 양승춘이 응용미술과의 그래픽 디자인 교육을 담당하게 되었다. 1965년에 김교만, 조영제 두 사람이 함께 서울대학교에 부임하게 된 것은 1964년에 응용미술과가 공예미술과 상업미술로 전공이 두 개로 분리되면서 상업미술전공을 담당할 전임교수가 필요했기 때문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림 06] 한일은행 달력 디자인에 사용된 김교만의 일러스트레이션(1968)
[그림 07-09] 1970년대 초반 김교만의 포스터 작품들
[그림 10] 1970년대 중반 응용미술과 수업모습
[그림 11] 제25회 졸업미전(1975)
이순석의 공예미술로서의 디자인과 한홍택의 회화를 응용한 응용미술로서의 디자인으로부터 영향을 받은 김교만은 서울대학교 응용미술과에 부임한 지 십년 만인 1976년 12월에 첫 개인전을 열어 한국을 주제로 한 관광포스터 작품 25점과 금속공예 작품 5점을 선보였다. 그의 작품은 당시 새롭고 현대적인 조형감각으로 받아들여졌고 김교만은 이때 선보인 그래픽 캐릭터와 스타일을 평생 변주해 나갔다. 김교만의 작업은 1960, 70년대 제3공화국에서 ‘미술수출’이라고 하는 국가 주도 공업 근대화에 기여하는 산업디자인의 필요성과 함께 강조되던 한국적 디자인, 즉 자국문화 고취와 고유 정체성 확립을 위해 한국적 전통 소재를 차용하여 이를 관광이라고 하는 사회문화적 수요와 연결시키려던 경향을 반영하면서도 개인적 퍼스낼러티가 가미된 스타일로써 각광을 받았다. 당시 디자인현장에서는 사진을 활용한 상업적 광고가 대부분이었고, 막 형성되기 시작한 제도권 그래픽 디자인 분야 내에서도 한 디자이너가 자신의 고유한 개성을 강조하며 일관된 작품세계 구축하여 선보이는 경우가 드물었기 때문에 김교만의 개인전은 특히 주목을 받았다.
[그림 12] 제1회 개인전 도록 표지
[그림 13-14]『월간디자인』 1977년 3월호 표지 및 커버 스토리
그의 스승이자 선배 세대인 이순석과 한홍택이 말년에 디자인이 아니라 석공예와 회화 작업에 전념한 것과 달리 김교만은 교수로서 초창기 때는 공예와 디자인을 겸했지만 점차 일러스트레이터이자 그래픽 디자이너로서의 정체성을 공고히 해나갔다. 1980년대 후반 글로벌 시대의 도래로 한국 사회가 개방화되고 컴퓨터 기술의 도입으로 디자인 환경이 변하면서 그의 작품세계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상대적으로 적어지고, 또 디자인계 내에서는 예전과는 상반된 비판적 평가가35) 나오기도 했지만, 1996년에 한국산업디자인포장개발원(현재, 한국디자인진흥원)이 디자인 관계자들을 상대로 설문조사하여 발표한 <한국의 산업디자이너 100인> 중 김교만이 선호도 1위를 기록한 것에서 볼 수 있듯이 김교만 디자인은 1990년대 초반까지도 한국적 그래픽 디자인의 대표 사례로 인식되었다.36)
김교만과 같은 해에 서울대학교 응용미술과에 부임했던 조영제는 제일제당(1974), 동양맥주 (1974), 제일모직(1975), 신세계백화점(1975) 등 기업의 CI를 잇달아 개발하고 그 결과물을 모아서 1975년에 <데코마스(DECOMAS) 전>을 개최했는데37) 그 이듬해인 1976년에 열린 김교만의 개인전은 그래픽 디자이너로서 두 사람의 특성과 관심사, 작품 경향 등이 얼마나 차이가 있는지 잘 보여주었다. 김교만이 철저히 개인적 그래픽 스타일을 추구하는 아티스트-디자이너, 디자이너-아티스트였다면 조영제는 의사소통과 팀 작업을 중시하는 아트디렉터로서의 디자이너 상을 만들어가고자 했다. 조영제의 작업은 전통적 의미에서의 그래픽 디자인보다는 오히려 당시로서는 좀 생소했던 시각전달디자인 즉, 비주얼 커뮤니케이션 디자인(Visual Communication Design)이었다. 물론 김교만 역시 일러스트레이션이나 포스터 등 그래픽 디자인의 전통적 매체만을 고집했던 것은 아니었다. 1977년에는 성산대교의 아치를 디자인하기도 했으며 서교동과 서초동, 그리고 반포동 천주교 교회의 실내 및 디자인을 하기도 했다. 또한 1970년대 중반부터 1990년대 초반까지 디자인 팀을 구성하여 꾸준히 기업이나 정부기관의 아이덴티티 작업을 해나갔다. 이러한 작업들을 통해 토탈디자인(Total Design)을 강조하며 협의의 그래픽 디자인 범주에서 벗어나 비주얼 커뮤니케이션 디자인을 시도하기도 했다.
[그림 15-18] 아이덴티티 디자인
[그림 19-20] 천주교회 실내 및 성물 디자인
[그림 21] 김교만의 성산대교 아치 디자인
김교만은 제1회 1976년, 제2회 1978년, 제3회 1980년, 제4회 1988년, 제5회 1998년 등 20여 년에 걸쳐 총 다섯 번의 개인전을 열었는데 이들 전시회는 첫 개인전에서 선보였던 주제 의식과 일러스트레이션 캐릭터, 그리고 그래픽 스타일을 유지하면서 이를 다양한 재료와 방법으로 표현한 것이었다. 작품 세계에 변화가 없다는 세간의 지적에 대해 그는 “작품활동을 하는데 있어서 다른 작가들과 다른 독특한 자신의 이미지를 표현하는 것이 중요한 일이라 생각하기 때문에 자신의 스타일을 대담하게 바꾼다는 것은 곧 내 자신의 일상 자체를 뒤바꾸는 것과도 같다”면서38) 자신만의 스타일을 평생 고수하는 디자이너들도 있음을 강조하곤 했다. 그가 추구했던 작품세계는 아래 첫 개인전을 회고한 인터뷰 내용을 통해 짐작할 수 있다.
처음부터 어떤 세계를 의식적으로 구축하려고 했던 것은 아니야. 1976년 첫 개인전을 갖게 되었을 때 무슨 테마를 갖고 어떤 테크닉을 활용해야 할 것인가를 놓고 많은 고민을 했었지. 그때 비로소 나만의 이미지를 가져야 할 필요성을 느꼈어. 그 결과 테마는 민속적인 것을, 표현기법은 현대적인 간결함을 추구하자는 결론을 내렸지. 불필요한 디테일을 제거하고 형태를 극도로 단순화하여 통일감을 주는 현대적 디자인을 시도하기로 한 거지. 첫 개인전은 그런 면에서 성공적이었던 셈이지. 개성이 뚜렷하고 서정적인 분위기가 담겨있으며 ‘한국’이라는 주제를 훌륭히 소화시켰다는 평가를 받았으니까. 결국 오늘날까지도 그런 패턴을 즐겨 사용해오고 있는데, 물론 장단점은 있게 마련이지, 하지만 개인적으로 나는 일본의 후쿠다 시게오나 영국의 피터 피츠처럼 자신만의 독특한 스타일을 고수하는 편이야.39)
첫 개인전 이후 김교만은 자신의 스타일을 고수하면서 한국적 그래픽 디자인의 정체성을 고민하던 다른 디자이너들과도 교류하면서 전시뿐만이 아니라 단행본 출판 등의 활동도 해나갔다. 1980년에는 한국의 율동 일러스트레이션 제1집으로『한국의 가락』을 펴냈으며, 1981년에는 어문각에서 처음으로 그래픽 디자이너들을 참여시켜 만든 한국의 전래동화책 시리즈인 픽처북스에40) 참여하여 『견우와 직녀』, 『은혜를 갚은 까치』 등의 일러스트레이션을 담당했다. 1986년에는 정연종, 김현, 나재오와 함께 『아름다운 한국 ‘86 그래픽 4』을 펴냈는데 이 책은 86아시안게임과 88서울올림픽 등 국제적인 행사를 앞두고 한국의 아름다움이 전 세계에 널리 알려지고 한국의 그래픽 디자인이 국제화 시대에 걸맞게 발전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발간한 것으로 1980년대에 붐을 이루었던 한국적 디자인의 특징을 잘 보여주었다.41) 김교만은 한국의 가락을, 김현은 한국의 선을, 나재오는 한국의 얼굴을, 정연종은 한국의 얼을 주제로 삼았고 이 책은 국영문 혼용으로 발간되었다.
[그림 22] 한국의 율동 일러스트레이션 제1집『한국의 가락』(1980) 표지
[그림 23] 어문각 일러스트레이션전에 출품한 김교만의 견우와 직녀 일러스트레이션(1981)
[그림 24] 『아름다운 한국 ‘86 그래픽 4』(1986) 표지
4. 국제화와 컴퓨터의 영향
김교만은 자신의 작업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작품은 88서울올림픽 문화포스터라고 밝힌 바 있다. 서울올림픽조직위원회는 88서울올림픽을 통한 한국 고유문화 소개와 친숙한 대회분위기 조성을 위해 공식 포스터 외에 12종의 문화포스터를 1987년 7월에 확정 발표했다. 김교만과 함께 선정된 디자이너들은 양승춘(서울대), 김영기(이대), 안정언(숙대), 나재오(단국대), 유영우(국민대), 오병권(이대), 백금남(성균관대), 구동조(동덕여대), 김현(디자인파크), 전후연(연아트대표), 조종현(CDR 제작실장) 등이었다.42) 선정된 디자이너 12명 중 9명이 대학교수였다는 것은 1980년대 한국 그래픽 디자인의 중심이 현장이 아니라 대학이었음을 간접적으로 보여준다. 올림픽 개최 결정이 난 것은 1981년 9월이었고, 그 이듬해 조영제가 서울올림픽조직위원회 디자인전문위원장으로 활동하기 시작하면서 한국 디자인계는 1980년대를 올림픽을 준비하며 보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특히 서울대학교 미술대학에서는 그래픽 디자인을 가르치는 세 명의 교수 모두가 올림픽에서 주요 디자인을 담당했다. 김교만은 문화포스터를 디자인했고, 조영제는 88서울올림픽의 아이덴티티 디자인 전반을 총괄하면서 공식 포스터를 제작했으며, 양승춘은 공식 엠블렘과 문화포스터를 디자인했다.
[그림 25] 김교만 작품(좌측 첫 번째)을 포함한 88서울올림픽 문화포스터(1987)
한편, 국립대학교의 정식 학과 명칭에 외래어를 쓸 수 없다는 이유로 오랫동안 학과 이름에 디자인이라는 용어를 쓰지 못했던 서울대학교 미술대학 산업미술과는 88서울올림픽이 끝난 후 학과명 변경 요청을 하여 승인을 받았는데43) 그것은 88서울올림픽을 전후한 시기에 고조된 국제화 열기와도 연관성이 있었다. 1980년대 말은 한국 사회 및 전 세계가 큰 변화를 겪던 격동의 시기로 1987년 6월항쟁 이후 한국 사회는 비로소 절차적 민주주의를 경험하기 시작했고, 1989년에는 동서 냉전체제의 상징이었던 베를린장벽이 무너지면서 이후 신자유주의 성격의 세계화가 급물살을 타기 시작했다. 이 시기에 김교만 역시 국제적인 활동의 폭을 넓혀 올림픽이 개최된 1988년 여름에 일본 동경의 세이부백화점에서 열렸던 <Soul of Seoul> 행사의 총괄 아트 디렉터를 맡았는데 이 행사는 올림픽을 계기로 일본에 우리나라의 상품도 팔고 전시회를 통해 한국 문화도 알리고자 정부가 기획한 행사였다. 이후 김교만은 이탈리아 제노바에서 개최된 엑스포 ‘92 대한민국관 설계 및 제작을 책임지는 총 디렉터역할을 하기도 했다.
[그림 26] 일본 동경 세이부백화점에서 개최된 <Soul of Seoul> 행사 포스터(1988)
[그림 27] 회갑기념전 도록 표지(1988)
올림픽이 개최된 1988년에 회갑을 맞은 김교만은 제자들이 마련한 개인전을 열게 되었다. 회갑기념전인 만큼 제자들 사이에서는 대학 때 작품이나 졸업 후 처음 사회생활을 시작하던 초창기 무렵의 작품들을 보여주는 것이 어떻겠느냐는 의견이 있었으나 김교만은 최근작을 중심으로 전시를 구성했다. 이것은 초기 작품을 잘 보관하고 있지 않아 현실적으로 회고전을 하기 어려웠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이보다는 김교만의 퍼스낼러티와 더 연관이 있는 것으로 생각된다. 왜냐면 이러한 태도는 그로부터 십년 후 1998년에 고희 기념전으로 준비하던 마지막 개인전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나기 때문이다. <리듬 오브 코리아>라는 제목으로 뉴욕 소호에서 열고자 했던 개인전 도록에 실린 다음의 글을 통해 그의 평소 생각을 짐작할 수 있다.
일러스트레이션은 현대 산업사회가 이루어 놓은 새로운 회화입니다. 나는 나의 마음의 고향 한국과 우리 민족의 아름다움을 서정과 해학으로 표현하였습니다. 오늘날 멀티미디어화 되어 가는 정보사회에서 첨단 도구인 컴퓨터와의 만남은 나의 창작세계와 예술의 표현을 넓히는데 큰 역할을 했습니다. 새로운 메커니즘은 새로운 이념과 표현을 낳습니다. 앞으로 나의 일러스트레이션 세계가 또 한 번 변화되어 더욱 친근하고 사랑받는 작품으로 다가갈 수 있도록 노력할 것입니다.44)
정년퇴임 후 1995년에 김교만은 산업디자인포장개발원에서 진행한 매크로미디어 디렉터 교육을 40일 동안 빠지지 않고 꼬박 받아 화제가 되었다. 당시 그는 “한 세대를 사는 디자이너로서 이제 컴퓨터를 다루지 못하면 주저앉는 느낌일 것 같아서 컴퓨터 공부를 시작했다”고 밝히면서 덧붙여 “컴퓨터의 등장으로 디자인계는 컴퓨터를 다룰 줄 아는 젊은 세대와 거의 모르는 기성세대 간에 벽이 형성되었습니다. 컴퓨터는 여러 가지 다양한 기술을 제공하면서 시간을 엄청나게 단축시켜주죠. 그러나 이것은 단순한 디자인 도구에 불과합니다. 이 도구를 잘 이용해서 디자이너의 창작력과 미적 감각을 펼쳐나가야지 컴퓨터의 기법만을 따라다니다가 컴퓨터가 없이는 아무 것도 하지 못하는 노예가 되어서는 안 되죠. 소위 ‘자기체질’을 찾아야 하는데, 바로 이것을 제대로 찾는 방법을 알려주는 것이 교수의 역할 아닐까요?”45)라고 말하기도 했다.
안타깝게도 유작전이 되고 말았지만 <리듬 오브 코리아> 뉴욕 전시회에서 선보이고자 했던 김교만의 작품들은 그가 그동안 일관되게 사용해온 한국적인 그래픽 모티브를 계속 활용하면서도 그것을 과감하게 해체하여 재구성함으로써 김교만이 정년퇴임 후 컴퓨터와의 만남을 통해 디자이너로서 ‘자기체질’을 적극적으로 확장하고 변화시키고자 치열하게 실험했다는 것을 보여준다. 1996년 9월 평화방송과의 인터뷰에서 김교만은 “칠순 기념전은 작품 하나가 아니라 주어진 공간, 바닥, 벽에서 천장까지 전체 공간을 통해 나의 체질을 인정받고 싶습니다. 음악과 율동을 모두 함께 하는 행위예술 같이 작품 하나보다도 공간 전체를 평가 받는 전시회 개최를 희망합니다.”라고 밝혔다.46) 그는 컴퓨터 덕분에 자신의 캐릭터의 앞 얼굴과 자유로운 동작까지 묘사할 수 있어 즐겁다면서 전시장에는 캐릭터의 다양한 모습을 네 벽면에 둘러치고, 가운데 공간은 배너를 늘어뜨려 평면을 떠나 공간 속에서 그래픽 디자인을 보여줄 계획이라면서, 앞으로 더 하고 싶은 것은 생명이 다하는 날까지 자신의 작품을 3D로 제작해보는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그림 28-32] 고희 기념 뉴욕 개인전 도록 표지와 작품들(1998)
5. 김교만 디자인의 현대적 계승은 가능한가
김교만이 가장 애착을 갖고 있었던 것은 일러스트레이션이었다. 그는 자신이 일러스트레이션을 좋아하는 이유를 다음과 같이 밝힌 바 있다.
오늘날 커뮤니케이션 디자인 분야에서 일러스트레이션이 어느 미디어보다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는 측면보다는 타인의 간섭을 받기 싫어하는 나의 성격에서 우선 일러스트레이션이라는 미디어를 좋아했을 것이다. 까다로운 조건에 시달리지 않고 남의 눈치를 살필 필요성도 적으며 비교적 자유로이 자기 개성을 주장할 수 있는 미디어이기에 마음이 쏠리며 관심을 가지게 된다. 그 이유뿐이랴. 일러스트레이션은 보여지는 대상이 아니고 성찰이 있고, 과장이 있고, 색상이 있고 더 깊게는 환상이 있고, 우화가 있고, 시가 있고, 정서가 있고, 인간상이 있기에 더욱 친밀해지며 애착이 가는 것이다. 또한 이러한 요소들의 영역을 창조하여야 하는 행위는 어느 미디어 보다 중요한 가치와 흥미 있는 창작활동이라 생각된다.47)
이처럼 김교만은 본인 작업의 핵심을 일러스트레이션으로 보고 있는데 이에 대해 최성민(2011)은 “그런데 역설적으로, 그가 남긴 주요 작품들은 오늘날은 물론 당대에도 ‘일러스트레이션’으로-또는 ‘삽화’-로 불리던 활동과 다소 거리가 있고, 오히려 CI나 포스터 등 ‘그래픽 디자인’의 핵심 영역에 가까운 모습을 보인다”면서 “그의 ‘일러스트레이션’ 작품은 현실적인 일러스트레이션으로서 실현이 되었다기보다 오히려 전시나 자율적 출판물 형태로 실현되었던 듯하다.”고 지적했다.48)
김교만이 첫 개인전을 개최했던 1976년 무렵까지도 우리나라에서 일러스트레이션은 단순한 삽화의 개념 정도로 이해되고 있었고 광고 및 출판시장에서의 수요도 오늘날처럼 많지 않았다. 해방 후 일러스트레이터로 활동했던 인물로는 김영주(1919~1998), 이순재(1920년생), 전성보(1927년생), 홍성찬(1929년생), 김광배(1933년생) 등이 있었는데 이들은 대부분 신문, 잡지, 단행본, 교과서, 동화책 등에 그림원화를 그리는 일을 했고 이들의 활동은 현대적인 의미에서의 그래픽 디자인이나 대학 차원의 디자인 교육과는 연관성이 없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김교만이 왜 자신의 작업을 일러스트레이션이라 지칭했는지 그 이유를 정확히 알기는 어렵지만 아마도 회화적 모더니즘 그래픽 기법을 일러스트레이션을 통해 구현하고자 했던 한홍택의 영향 때문이 아니었을까 추론해볼 수 있다. 한홍택의 간결하고 회화적인 일러스트레이션은 디자인이 응용미술로 이해되던 1950, 60년대에 현대적이고 세련된 그래픽 이미지로 받아들여졌고, 김교만은 이러한 한홍택의 스타일로부터 영향을 받았다. 김교만에게 있어서 일러스트레이션은 한홍택의 그래픽 스타일을 계승하면서 동시에 그를 넘어서 자신만의 독자적인 디자인 세계를 구축했다는 자부심을 안겨주는 매체이자 상업적, 기업 지향적인 디자인 비즈니스와 자신의 작업을 차별화하면서 개인적인 특이성을 고집하는데 적합한 매체이지 않았을까 생각된다.
겸손하고 소박하며 대인관계가 원만한 온유한 성격의 소유자라는 평가를 들었던 김교만은 작업에 있어서만큼은 고집스럽고 집요한 면을 갖고 있었다. 그는 확고한 스타일을 지닌 일러스트레이터이자 그래픽 디자이너로 성공하고자 하는 마음과 디자인 교육자로서의 역할 사이에서 갈등을 느꼈던 것으로 보인다. 그는 “교육자로서 학생들을 지도하는데 필요한 것은 독특한 이미지를 가지고 그 특성을 강조하는 것보다는 그 상황에 적응하는 자세를 가르치는 것이 올바른 방법이라고 생각됩니다. 그러나 그러면서도 자기 이미지를 굳혀가는 작가들이 더러 있죠.”49)라고 말하기도 했다. 김교만은 1965년부터 1994년까지 30여 년간 대학에 몸담았으나 디자인 교육자보다는 디자이너로서의 자부심과 자기인식이 더 강해서 서울대 그래픽 디자인 교육의 커리큘럼 개발이나 학과 운영 등에 있어서는 다소 소극적인 태도를 보였다.50)
2008년 6월 25일에 상상마당에서 열렸던 한국시각정보디자인협회 주최의 <VIDAK 수요일: 1세대 디자이너를 만나다 - 고(故) 김교만 교수의 작품세계에 초대합니다> 포럼에서 김훈은 자신이 “김교만 선생님의 개인적인 부분을 많이 접한 사람이기 때문에 공식적인 내용이 아닌 디테일한, 비공식적인 부분을 말씀 드릴 수 있을 것 같다”면서 세간의 평가와 달리 자신은 김교만의 장점은 현대적인 조형감각으로 한국적인 그래픽 디자인을 표현해낸 데 있다기보다는 개인의 퍼스낼러티, 즉 김교만의 표현에 따르자면 ‘자기체질’이 녹아 있는 작품세계를 만들어가고자 했다는 점이라고 보았다. 김훈의 이러한 평가는 김교만의 첫 개인전 도록 서문을 쓰고, 이후 『아름다운 한국 ‘86 그래픽 4』(1986)에 「김교만 교수의 일러스트레이션 세계」라는 글을 쓰기도 했던 서울대학교 미술대학의 동료교수이자 미술평론가인 유근준이 “김교만의 아이디어, 디자인, 생활만큼 한 디자이너의 성품을 잘 나타내 보여주는 사례를 찾기 어렵다”고 했던 말과도 통하는 것이다.51)
서울대학교 응용미술과 75학번으로 80년대 초반에 김교만이 진행했던 한일은행, 주택은행, 중소기업은행 등의 CI 작업에 참여하며 대학교수로서의 김교만과 디자이너로서의 김교만, 이 두 모습을 누구보다도 가까이에서 지켜보았던 김훈은 교육자로서 김교만은 수업은 거의 하지 않고 비가 오면 자동으로 휴강이며 학생들에게 간섭하지 않고 그저 ‘어, 잘한다. 좋아’라고 칭찬만 했다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에게서 디자인을 배웠다고 했다. 그는 한때 자신도 김교만이 자로 줄긋고 콤파스로 뺑뺑이만 돌리는 디자이너이며 가르칠 게 없으니 안 가르치는 교수라고 생각했던 적도 있지만 졸업 후 함께 작업을 해나가면서 생각이 달라졌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한일은행 심볼마크를 개발할 때의 에피소드를 언급했다. 김훈이 잎이 얇아지며 팔각형에서 카네이션이 나오는 형태를 그리면서 아주 쉽게 도형화 시켜 작도를 하려 했더니 김교만이 “너는 왜 형태에 작도법을 맞추지 않고 작도법에 형태를 맞추느냐”면서 질타를 했고 그 때의 경험은 이후 김훈 자신이 디자인 작업을 하거나 학생들을 지도할 때 늘 기억하는 말이 되었다고 한다.
김훈은 또한 김교만이 공예의 입체적 특성을 평면의 그래픽 작업으로 옮겨 표현하고자 했던 디자이너라고 보았는데, 즉 공예가가 입체 재료를 다루듯이 평면에서 형태와 색상을 끊임없이 스타일링 하고자 했다는 것이다. 학창시절 공예미술, 응용미술로서 디자인을 배웠고 이후로도 공예작업을 이어온 김교만에게는 자와 콤파스를 이용한 기하학적 도형이 익숙했고, 김교만은 자신이 개발한 그래픽 캐릭터를 마치 어린아이가 장난감을 갖고 놀듯 스스로 즐기면 작업해나갔다는 것이다.52)
김교만은 작품의 소재는 한국적 대상을 선택했지만 표현에 있어서는 서구적인 조형감각을 갖고 싶어 했는데 그가 1978년 50세의 나이에 영국의 세인트마틴스미술대학에서 일 년간 그래픽 디자인을 공부했던 것도 바로 그런 이유에서였다. 1950년대 김교만의 학창시절 서울대 응용미술과의 디자인 교육은 크게 두 가지 흐름을 갖고 있었는데 첫째는 일본 유학파 교수인 이순석이나 한홍택 등과 같은 강사들로부터 전해진 일본식 도안 교육이었고, 둘째는 미국 뉴욕의 콜롬비아대학 미술과를 졸업하고 귀국하여 서양미술사를 가르치며 서울대학교 예술대학 초대 미술학부장이자 이후 미술대학 초대학장을 지냈던 장발의 영향이었다. 장발은 서양화 전공의 유영국53)을 도안과 교수로 초빙하여 학생들에게 ‘구성’ 과목을 가르치도록 했는데 유영국이 가르쳤던 기하학적 순수 구성은 이순석이 지도했던 모자이크나 전통문양을 적용한 벽면장식의 양식화나 편화 수업과는 매우 다른 것이었다. 학생들은 장발과 유영국을 통해 서구적 맥락의 기하추상을 접할 수 있었고, 이러한 흐름은 6.25전쟁 시기 유영국이 학교를 떠난 후 서울미대 최초의 외국인 강사였던 존 프랭크(John Frank)가 수업을 맡게 됨으로써 추상조형의 구성 방법을 이어가게 되었다. 이후 미국에서 디자인 교육을 받은 김정자가 귀국하여 1958년부터 응미과에 출강하고, 그 이듬해 1959년에 응용미술과 교수로 부임하면서 구성 과목은 미국식의 기초 디자인 개념으로 대체되게 되었다. 또한 권순형과 민철홍이 한국공예시범소의 미국 연수프로그램으로 일 년간 미국에서 디자인을 공부하고 돌아와 서울대 응용미술과 교수가 됨으로써 미국의 디자인 교육방법이 서울미대 디자인 교육에 본격적으로 소개되었다. 김교만은 이러한 학교 분위기 속에서 간접적으로나마 서구의 조형감각을 접할 수 있었고 또한 직접적으로는 6.25전쟁의 발발 후 한국 사회에 지원된 유엔군의 전쟁물자와 생필품을 통해 미국식 모던 디자인의 결과물들을 일상적인 차원에서 접하게 되면서 서구화된 라이프스타일과 디자인에도 관심을 갖게 된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1946년 도안과 설립 초기부터 서울대의 디자인 교육은 일본식 교과과정만이 아니라 미국을 통한 서구식 조형감각, 즉 서구 모더니즘의 영향을 받았으나 서구 현대미술의 맥락을 내용적으로 이해하고 한국 사회에 맞추어 해석하려는 노력을 기울이기보다는 추상적, 기하학적, 구조적, 기능적인 순수성을 갖는 시각적 형상성에만 주로 주목하여 일종의 표현기법이자 스타일로서 받아들인 측면이 강했다. 즉 서구의 모더니즘 사상이 어떠한 사회적 ‧ 문화적 ‧ 역사적 동인에 의해서 비롯된 것인지에 대해서는 충분히 이해되지 못했던 것이다.
최성민(2011)은 김교만이 어떠한 개인적, 미적 반성 과정이나 객관적, 사회적 영향을 통해 그 자신의 양식적 특이성에 도달했는지 물으며 “테마는 민속적인 것을, 표현기법은 현대적인 간결함을 추구한다”는 김교만의 결정이 “당시 그가 채용할 수 있었던 하나의 기법을 당시에 적용할 만했던 하나의 소재에 단순히 적용한, 거의 우발적이고 심지어 기회주의적인 선택”은 아니었는지 질문한 바 있다.54) 이에 대해서는 생전에 김교만 자신이 뚜렷하게 밝힌 내용이 없고 또 그를 가까이에서 지켜보았던 지인들 역시 그가 어떤 계기로 그러한 작업을 시작하게 되었는지 알 수 없다고 하기 때문에 이 질문에 대한 답은 현재로서는 수수께끼로 남을 수 밖에 없다. 김교만 스타일이 과연 우발적이고 기회주의적인 선택에 의한 것이었는지, 아니면 엄밀한 미적 반성과 내적 성찰을 통한 깨달음과 이에 따른 의지의 표현이었는지는 정확히 알 수 없지만, 당시 김교만의 선택에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생각되는 요인들로는 다음과 같은 점을 생각해볼 수 있다. 먼저 김교만의 그래픽 캐릭터는 시각적인 형상성 면에서 1920~30년대 유럽에서 기하학적인 구성 양식의 포스터로 크게 각광을 받았던 카상드르(Cassandre, 1901~1968)의 작업을 연상시킨다는 점이며55), 또 평소 김교만이 동시대에 활동했던 밀턴 글레이저(1928년생)이나 쟝 미셀 폴롱(1934년생), 피터 맥스(1938년생) 등과 같은 서양 디자이너들의 작품을 즐겨 찾아보았으며 다나카 잇코(1930년생) 등 일본 디자이너들의 작업 역시 1970, 80년대 한국 그래픽 디자인계에 큰 영향을 미쳤다는 점이다.
사실 김교만 디자인의 기원을 따져 묻는 일은 김교만이라는 한 개인 디자이너의 양식적 특이성을 규명해내는 일인 동시에 그를 통해 한국 현대 그래픽 디자인의 형성 과정을 살펴보는 일이기도 하다. 왜냐하면 김교만은 1960년대 중반 한국 사회에 오늘날과 같은 현대적인 의미에서의 디자이너 세대가 막 출현하던 시기에 그 이전 세대와 그 이후 세대를 이어주고 완충시키는 역할을 했던 디자이너이기 때문이다. 디자이너로서 김교만의 활동을 전반부와 후반부로 나누어보자면 전반부 시기는 이순석, 한홍택 등 그의 스승이자 선배 세대들로부터 공예미술로서의 디자인, 응용미술로서의 디자인을 익히고 이를 활용하고자 한 시기였고, 후반부는 이순석, 한홍택의 영향으로부터 벗어나 자신만의 고유한 양식을 만들어내고자 시도하고56) 또 그러한 실험에 나름대로 성공하여 당시 새롭고 현대적인 한국적 그래픽 디자인이라는 찬사를 받으며 그 대표성을 인정받았던 시기라 할 수 있다.
김교만 스타일로 대표되는 1970, 80년대의 한국적인 그래픽 디자인은 ‘한국적인 것’ 대 ‘국제적인 것’보다는 ‘한국적인 것’ 대 ‘서구적인 것’이라는 인식하에 전개된 것으로 동일한 작품이 국내에서는 현대적이고 서구적인 디자인 감각을 지닌 것으로 평가되고, 외국에서는 한국적인 정체성을 반영한 독특한 스타일로 인식되도록 하는 이중효과를 기대했던 것이라 할 수 있다. 그 결과 소재는 한국의 전통적인 것에서 찾고 표현방식은 당시 서구적인 것이라 생각되던 스타일을 간편하게 선택함으로써 작품의 내용과 형식 간의 내적 논리와 상호 연관성, 긴밀성을 찾기가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김교만이 관심을 갖고 있던 것은 한국의 전통문화나 시각문화 자체에 대한 본질적인 고민이나 이해가 아니라 그 자신이 좋아하고 또 누구에게나 가까이 다가갈 수 있는 정감 있고 효과적인 그래픽 표현의 소재이자 대상으로서의 한국 문화의 이미지였다. 김교만이 그 오랜 세월동안 한국적 모티브를 사용하여 작업을 하면서도 민속적인 소재나 자연에만 관심을 갖고 그 밖의 한국 전통문화 전반에 대한 이해와 학습에는 별다른 노력을 기울이지 않았던 점은 바로 김교만에게 있어서 한국의 전통문화는 표현의 소재이지 결코 주제가 아니었음을 간접적으로 시사해주는 것이라 생각된다. 이런 맥락에서 볼 때 김교만의 이러한 소재 중심주의적 태도를 한국 그래픽 디자인의 고질병의 한 원인으로 지적한 김민수(1996)의 지적은 타당한 측면이 있으나 다만 문제의 원인을 특정 디자이너의 개인적 책임으로 돌리기보다는 당시 한국의 사회문화적 환경의 특수성과 디자인계 내부의 인식론적 한계 등과 함께 파악해 보아야 하지 않을까 생각된다.
김교만이 당시 국가적인 차원에서 요구되던 한국적 정체성을 반영한 디자인이라는 사회적인 수요에 반응하면서 자와 콤파스, 그리고 포스터칼라로 상징되는 당대 대표적인 디자인 툴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소재는 고정시키고 대신 재료와 테크닉의 실험만을 지속해나간 것은 분명 그의 한계라고 할 수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디자인이 도안, 공예미술, 응용미술, 상업미술, 선전미술 등으로 인식되던 시절에 김교만은 순수미술과 차별화된 현대적이고 새로운 그만의 독자적인 디자인 스타일을 찾고자 했고 그 결과 등장한 것이 바로 그의 그래픽 캐릭터였다는 점에서 볼 때 김교만이 추구했던 ‘힌국적 그래픽 디자인’은 그 명백한 한계점에도 불구하고 20세기 한국 그래픽 디자인사를 구성하는데 있어서 중요한 한 모습이라 생각된다.
디자인 분야 내에서만이 아니라 당시 우표나 추석선물세트 등을 통해 일반인들에게도 소개가 되어 인기를 끌었던 김교만 식의 ‘한국적 그래픽 디자인’에 대한 추구는 1990년대에 접어들면서 디자인의 중심이 대학이나 전람회에서 벗어나 디자인 비즈니스 현장으로 점차 옮겨가고 세계화 현상이 가속화 되면서 그 영향력이 급격히 약화되었으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까지도 일부 공모전 등을 통해서 여전히 일정 부분 지속되고 있는 상황이다. 김교만 스타일에 대한 호오(好惡)를 떠나 김교만이 자기 작품과 맺고 있는 관계의 긴밀성과 일관성, 지속성을 꼼꼼하게 촘촘히 읽어내려는 노력을 통해 우리는 보다 풍부한 한국 그래픽 디자인의 서사를 갖게 될 것이며 김교만 디자인이 갖는 현재적 의미와 그 한계 역시 재평가 해볼 수 있지 않을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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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석
1) 1972년 창립 당시 협회 명칭은 한국그래픽디자인협회(KSGD)였는데, 그래픽 디자인이라는 용어가 자칫 협의의 디자인 활동만 지칭할 수 있다는 지적에 따라 후에 한국시각디자인협회(KSVD)로 명칭을 변경함. 김교만, 조영제, 이태영, 양승춘, 정시화, 김영기, 권문웅 등 서울대 출신 8명과 권명광, 유재우, 홍종일 등 홍익대 출신 3명이 모여 발기인 대회 겸 첫 총회를 개최하고 초대회장으로 김교만을 추대함. 한국그래픽디자인협회가 출범하게 된 계기를 제공한 것은 양승춘, 이태영, 배천범, 정시화 등 서울대학교 응용미술과 출신들이 자발적으로 만들어 운영하던 프리즘이라는 이름의 소그룹 활동이었는데, 당시 서울대 교수였던 조영제가 프리즘의 출발 동기는 좋으나 자칫 동문 모임 성격의 한계를 가질 수 있으니 이를 해체하고 타 대학 출신도 함께 할 수 있는 단체를 만들자고 제안하여 이루어지게 됨. 한국시각디자인협회 해체 후 1994년에 현재의 한국시각정보디자인협회(VIDAK)가 만들어짐. 강현주,『한국 디자인사 수첩 - 한국의 폴 랜드 조영제를 인터뷰하다』, 디자인플럭스, 2010. 83-91쪽.
2) 김교만은 가톨릭미술가협회 회원으로 활동했는데 이 협회는 1950년대 말 서울미대 초대학장이던 장발이 미술을 통한 교회에의 봉사와 가톨릭미술인 친목을 위해 시작한 비공식모임에서 출발했다. 1982년 5월 27일자 매일경제 기사에 따르면 정식협회로 구성된 것은 1972년이었고 연 1회 협회전을 개최했다. 회원으로는 회화에 윤명로, 김형구, 김태, 박세원, 정창섭, 정대식, 방혜자, 나희균, 최영심 수녀, 문학진, 김인중, 이남규, 박석환, 권영숙, 진영선, 조각에 김세중, 최의순, 최종태, 전뢰진, 김윤신, 최봉자 수녀, 임송자, 응용미술에 권순형, 김교만, 민철홍, 강찬균, 양승춘, 남용우, 김희진, 평론가로는 이경성, 임영방 등이 있었다.
3) 김민수,「서울대학교 미술대학의 디자인ㆍ공예교육 50년사: 1946~1996년」,『서울대학교 개교 50주년 기념학술심포지엄 논문집』, 조형연구소, 1996.
4) 이순석은 1946년(당시 41세) 미군정청 고문관으로 잠시 일했는데 당시 문교차관으로부터 미술대학 구상의 제의를 받고 학과, 실기교수진, 교과목 등에 관한 계획을 제출하면서 장발을 학장으로 추천했고 이것이 그대로 서울미대의 골격이 되었다고 한다. 그 결과 서울미대 디자인 교육은 합의된 뚜렷한 교육목표나 교육방향을 이론적으로나 체계적으로 수립하지 않은 채 출발하게 되었다. 정시화, 「서구 모더니즘의 수용과 전개 - 공예와 디자인(1)」,『조형』, Vol.17, No.1, 1994. 참조.
5) 1950년 봄학기 응용미술과로 학과 명칭 변경. 2005년에 서울대학교 미술대학 동창회에서 발간한 『서울대미대인명록』을 보면 1950년 응용미술과에서는 46학번 학생 13명이 졸업했다. 회화과 22명, 조소과 7명 등 당시 서울대학교 예술대학 미술학부 3개 학과의 졸업생은 총 42명이었다.
6) 김교만의 성적표에 표시된 이수 과목.
7) 강사들의 재직기간은 다음과 같다. 이종근(1953. 4. 1 ~ 1956. 3. 30), 조병진(1948. 10. 1 ~ 1952. 7. 31), 김의영(1949. 10. 1 ~1952. 7. 31), 이희태(1952. 4. 1 ~ 1961. 3. 31), 한홍택(1953. 4. 1 ~ 1956. 3. 31), 존 엘 후랑크(1953. 5. 1 ~ 1954. 4. 30). 조은정, 「6.25전쟁과 서울대학교 미술대학」, 『조형_아카이브』, 2010년 제2호. 270쪽 참조. 서울대학교 미술대학 응용미술과의 디자인 및 공예 교육과 관련해서는 다음 글 참조: 김민수,「서울대학교 미술대학의 디자인ㆍ공예교육 50년사: 1946~1996년」,『서울대학교 개교 50주년 기념학술심포지엄 논문집』, 조형연구소, 1996.
8) 최열, 『한국현대미술의 역사: 한국미술사 사전 1945-1961』, 열화당, 2006. 444쪽.
9) 2008년 6월 25일에 한국시각정보디자인협회 주최로 상상마당에서 열렸던 <VIDAK 수요일: 1세대 디자이너를 만나다-고(故) 김교만 교수의 작품세계에 초대합니다> 포럼의 나재오 발표내용 참조.
10) 1916년생인 한홍택은 1937년 일본으로 유학을 가서 주간에는 동경제국미술대학에서 회화를, 야간에는 동경도안전문학교에서 도안을 공부했다. 귀국 후 1943년부터 1954년까지 유한양행의 미술부장으로 근무하며 광고업무를 했고, 퇴사 후 1956년에 한홍택도안연구소를 개설하였다. 1952년에 첫 개인전 이후 총 9차례에 걸쳐 디자인 개인전을 개최하였다. 이순석은 공예도안 개인전(1931)과 장식도안 개인전(1947)을 통해 우리나라에서 최초로 디자인 개인전을 열었는데 이후 한홍택은 한홍택산업개인전(1952), 모던디자인전(1958), 그래픽 디자인전(1962), 그래픽 아트전(1964), 시각언어전(1969) 등 다양한 명칭을 사용하며 디자인 전시회를 개최하여 초창기 한국 그래픽 디자인 형성에 큰 영향을 미쳤다.
11) 1945년 12월 27일 조선산업미술가협회가 결성되었고 한홍택 외에 권영휴, 홍순문, 이완석, 유윤상, 조능식, 엄도만, 조병덕, 최정한, 이봉선, 홍남극 등이 임원으로 참여하였다. 최열, 『한국현대미술의 역사: 한국미술사 사전 1945-1961』, 열화당, 2006. 86쪽 참조.
12) 정시화, 「서구 모더니즘의 수용과 전개 - 공예와 디자인(1)」, 『조형』, Vol.17, No.1, 1994. 김민수,「서울대학교 미술대학의 디자인ㆍ공예교육 50년사: 1946~1996년」,『서울대학교 개교 50주년 기념학술심포지엄 논문집』, 조형연구소, 1996. 참조.
13) 홍진원,「한국 대학 디자인 교육의 역사적 전개에 관한 연구」, 서울대학교 석사학위논문, 1993. 43쪽.
14) 강현주,「한국인의 서정과 해학을 담은 작가, 김교만」,『월간디자인』, 1988년 10월호, 30쪽.
15) 한국공예시범소(Korea Handicraft Demonstration Center, 약칭 KHDC)는 1957년 미국의 원조로 설립된 디자인진흥기구로 미 국무부 산하의 국제협력처(International Cooperation Administration, 약칭 ICA)의 기술원조기금을 바탕으로 설립되었으며 미국 대외원조기관(USOM), 주한유엔군사령부, 주한미8군사령부의 협조와 한국정부의 지원으로 운영되었다. 당시 ICA는 산업화가 저조한 세계 여러 후진국에 이와 비슷한 지원을 하고 있었다. 김종균,『한국디자인사』, 미진사, 2008. 55쪽 참조.
16) 강현주,「한국인의 서정과 해학을 담은 작가, 김교만」,『월간디자인』, 1988년 10월호, 30쪽.
17) 김민수,「서울대학교 미술대학의 디자인ㆍ공예교육 50년사: 1946~1996년」,『서울대학교 개교 50주년 기념학술심포지엄 논문집』, 조형연구소, 1996. 박암종,「서정과 해학으로 한국적 일러스트레이션을 정착시킨 김교만」,『월간디자인』, 1998년 8월호, 168쪽. 허보윤,『권순형과 한국현대도예』, 미진사, 2009, 68쪽. 75-76쪽, 113쪽 참조.
18) 1949년부터 1966년까지 국전 공예부를 통해 배출된 불과 20여 명의 공식적인 자격을 가진 공예가들이 교육계와 디자인계에서 영향을 주었는데 이들은 특히 교육계로 많이 진출하였다. 1966년까지 수상을 통해 등장했던 국전 공예 작가들로는 박철주(목칠공예), 김태원(나전칠기), 김봉룡(나전칠기), 조정호(자수), 문수미, 유윤진, 김교만(금속공예, 그래픽 디자인), 한도룡(목칠공예, 디스플레이), 민철홍(공업디자인), 이신자(염직) 등이 있었다. 그러다가 1960년대 중반을 전환점으로 하여 디자인에 대한 사회적인 수요가 생겨나면서 공예가 세대를 그 바탕으로 하여 새로운 디자이너 세대가 등장하게 되었다. 정시화,『한국의 현대디자인』, 열화당, 1976. 참조.
19) 한홍택이 서울대에 출강했던 기간은 자료별로 표시된 시기가 달라 정확하지 않다.『서울대학교 미술대학사 1946-1993』(1993)에는 1953년 4월 1일부터 1956년 3월 31일까지라고 되어 있으나『한홍택 작품집』(1988)에는 1956년부터 출강한 것으로 되어 있다.
20) 홍익대학교는 1958년에 공예학부를 만들었고, 이후 1964년에 공예학부 내에 도안과를 만들고 1965년부터 공예과(도자기, 섬유, 금속, 목칠 전공)와 도안과로 나누어 디자인교육을 실시했다. 1960년대 말까지 서울대학교와 홍익대학교 외에 디자인교육을 한 곳으로는 1960년에 신설된 이화여대의 생활미술과를 들 수 있다. 하지만 당시 이대 생활미술과는 확실하게 전공 구분을 하지 않고 공예와 시각디자인이 섞인 형태로 교육을 하였다.
21) 다른 디자인 분야도 마찬가지지만, 그래픽 디자인의 경우 상공미전이나 협회 활동 등을 주도한 것은 대학교수들이었다. 이들을 통해 형성된 한국 그래픽 디자인계를 ‘제도권’이라고 이름 붙인 것은 대학교수 중심의 디자인계가 형성되기 이전에도 이미 한국사회에 출판이나 포장 및 광고 시장 등에서 디자인 작업을 해온 이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대학에서 배출되는 디자이너 수가 늘어나고 각종 협회 활동 및 공모전 등이 활발해지면서 현장에 기반을 둔 이들의 분야 내 역할은 약화되었다.
22) 정시화, 「서구 모더니즘의 수용과 전개 - 공예와 디자인(1)」, 『조형』, Vol.17, No.1, 1994.
23) 정시화, 「디자인 교육의 현황과 전망」, 『홍익미술』, 창간호, 홍익대학교 미술대학, 1972.
24) 정시화, 『한국의 현대디자인』, 열화당, 1976. 25쪽.
25) 정시화, 「서구 모더니즘의 수용과 전개 - 공예와 디자인(1)」, 『조형』, Vol.17, No.1, 1994.
26) 한국공예디자인연구소는 이순석을 중심으로 한 서울미대 교수들이 주도적으로 정부에 디자인센터의 필요성을 제기하여 설립된 기관이다. 수출 상품의 디자인과 포장디자인을 종합적으로 연구개발하여 산업발전과 수출 증대라는 국가 정책에 기여하기 위한 목적으로 1966년 7월 26일 독립적인 기구 형태인 사단법인으로 서울대학교 부지 내에 건립되었다. 설립 초기에는 서울대학교 미술대학 교수를 중심으로 인사가 이루어졌으나 이후 상공부에서 이 기관이 상공부 장관의 설립 허가를 받은 산하기관이며, 국고보조로 건물 건축과 운영비를 충당한다는 이유로 상공부 산하 단체라고 여기고 정관 개정 등을 통해 서울대학교 출신의 학계 인사 비중을 줄여 나가다가 1969년 3월에 한국공예디자인연구소를 한국수출디자인센터로 개칭하여 수출 상품의 디자인 연구개발 사업을 전담케 함으로써 이후 서울대로부터 분리되었다. 김종균. 『한국디자인사』, 미진사, 2008. 참조.
27) 대한민국 상공미술전람회는 1977년 제12회 때부터 명칭을 대한민국 산업디자인전람회로 개칭하고, 신청부문 중 상업미술을 시각디자인으로 바꾸었다. 이후 1980년 제15회 때에는 신청부문 중 공업디자인을 다시 제품 및 환경디자인으로 바꾸었다가 1992년 제27회 때부터 제품디자인과 환경디자인을 분리하여 각각 독립된 신청부문으로 운영하기 시작했다. 현재 사용 중인 대한민국 디자인전람회라는 명칭은 2007년 제42회 때부터 사용한 것으로 2011년 현재 출품부문은 제품디자인, 환경디자인ㆍ실내디자인, 포장디자인, 텍스타일디자인ㆍ패션디자인, 시각디자인, 디지털미디어콘텐츠디자인, 공예디자인ㆍ주얼리디자인 등 총 7개이다.
28) 「상공미심사위 결정」, 매일경제, 1966년 7월 30일자.
29) 정시화, 『한국의 현대디자인』, 열화당, 28-29쪽.
30)「한국상공미전 개최-1966년 7월 21일(일)까지 작품공모」, 경향신문, 1966년 5월 23일자.
31) 상공미전의 목적은 다음과 같다. ① 한국의 산업 진흥을 위한 디자인 전반을 담당하여 그 발전에 기여한다. ② 수출품에 대한 디자인을 양질화(良質化)하여 수출 진흥을 진작시킨다. ③ 대한민국 상공미전, 수출디자인전시회, 굿디자인쇼우 등을 개최하여 낙후한 한국 디자인을 발전시켜 디자이너를 발굴 양성하고 국가에 공헌하게 한다. ④ 디자인센터를 운영하여 일반 기업이나 국가 수출정책에 필요한 상공미전 전반에 관한 연구조사와 지도를 한다. ⑤ 회원의 사회적 지위 향상과 작품 향상, 생활 향상을 기한다. ⑥ 회원 상호간의 우의와 이해를 증진하여 동지적 결합을 굳게 한다. 정시화, 『한국의 현대디자인』, 열화당, 55쪽 참조.
32) 김교만(1928년생, 50학번), 조영제(1935년생, 54학번), 양승춘(1940년생, 59학번)
33) 1965년 김교만, 조영제 부임부터 2005년 양승춘 퇴임 때까지로 보면 40년이고, 1970년 양승춘 부임부터 1994년 김교만 퇴임 때까지 김교만, 조영제, 양승춘 세 사람이 함께 재직했던 시기로 보면 25년이다.
34) 이순석(1946년 부임), 김정자(1959년 부임), 권순형(1961년 부임), 민철홍(1963년 부임)
35) 김민수,「서울대학교 미술대학의 디자인ㆍ공예교육 50년사: 1946~1996년」,『서울대학교 개교 50주년 기념학술심포지엄 논문집』, 조형연구소, 1996. 참조.
36) 『월간 디자인』1996년 1월호에 실린 「한국의 산업디자이너 100인 중 최다득표」 기사의 내용을 발췌하면 다음과 같다: ‘산업디자인포장개발원(원장 유호민)은 1996년 8월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한국의 산업디자이너 100인’을 선정, 발표했다. 최다득표자는 서울대 산업디자인과의 김교만 교수. 이번 100인선정을 위해 개발원에서는 산업디자인전 대통령상 수상자, 공인산업디자인전문회사, 대학 교수 및 기업 대표와 산업디자인 관련자 30명으로 선정위원회를 결성, 399명의 대상자를 선정했다. 그 후 디자인 관련 협회장 및 산업디자인전 심사위원, GD 수상업체 디자이너 등 총 590명에게 설문지를 발송, 370장을 회수했다. 이중 김교만 교수는 70%라는 압도적인 득표 기록을 세운 것이다.‘
37) 조영제의 작업에 앞서 코디사무실을 운영하던 디자이너 박재진은 1972년에 서린호텔의 심볼마크를 제작하면서 현대적인 의미에서의 CI 작업에 매우 근접한 작업을 했다. 서린호텔을 Seoul in Hotel로 풀이하여 영문 이니셜 중 S자와 L자의 형태를 모티브로 사랑의 하트 형태를 연상하게 하는 심볼마크를 만들었는데 아쉽게도 오랫동안 사용되지는 못하고 곧 사라졌다. 이후 1974년 조영제의 제일제당과 동양맥주 CI 작업을 계기로 국내 기업 아이덴티티 디자인 시대가 본격화되게 되었다. 강현주 외, 『한국의 디자인: 산업, 문화, 역사』, 시지락, 2005, 250-251쪽 참조.
38) 박암종, 「박암종의 디자인 역사 찾기: 서정과 해학으로 한국적 일러스트를 정착시킨 고(故) 김교만 선생」, 『월간디자인』, 1998년 8월호, 169-170쪽.
39) 황부용.「단순과 정감으로 대표되는 서정적 스타일리스트, 김교만」,『월간디자인』, 1993년 9월호, 48쪽.
40) 1981년 12월 2일부터 7일까지 롯데백화점에서는 <어문각 일러스트레이션전>이 열렸는데 이 전시회에는 픽처북스 시리즈에 참여했던 김교만, 김현, 안정언, 김억, 김영기, 이윤영, 전갑배, 구동조, 한호림 등의 작품이 전시되었다.
41) 김종균.『한국디자인사』, 미진사, 2008, 196쪽.
42)「올림픽 문화포스터 12종 확정, SLOOC」, 매일경제, 1987년 7월 16일자. 「88올림픽 문화포스터 12종 확정」, 경향신문, 1987년 7월 17일자.
43) 서울대학교 미술대학, 『서울대학교 미술대학사 1946~1993』, 1993, 97쪽.
44) 박암종, 「박암종의 디자인 역사 찾기: 서정과 해학으로 한국적 일러스트를 정착시킨 고(故) 김교만 선생」, 『월간디자인』, 1998년 8월호, 171쪽.
45)「‘한국의 산업디자이너 100인’ 중 최다득표로 선정된 김교만」, 『월간디자인』, 1996년 9월호, 128쪽.
46) 박암종, 「박암종의 디자인 역사 찾기: 서정과 해학으로 한국적 일러스트를 정착시킨 고(故) 김교만 선생」, 『월간디자인』, 1998년 8월호, 171쪽.
47)「커버스토리의 주역들을 찾아서」, 『월간디자인』, 통권 31호. 1979.
48) 최성민, 「“김교만과 한국적 그래픽 디자인의 향방”에 대한 질의문」, 『1954-1979 서울대학교 미술대학: 인물과 사건 II』, 조형연구소 2011 학술대회 자료집, 2011, 57-58쪽.
49) 강현주, 「한국인의 서정과 해학을 담은 작가, 김교만」, 『월간디자인』, 통권 124호, 1988년 10월호.
50) 1970년 이순석의 퇴임 후 김교만은 조영제, 양승춘 등 서울대 그래픽 디자인 교육을 담당하는 세 교수들 중 가장 연장자였는데 김교만과 조영제는 평소 디자인에 대한 생각이나 활동영역, 개인적 성격 등이 매우 달랐고 1994년 김교만이 정년퇴임할 때까지 학과 운영의 실무적인 업무는 주로 양승춘이 담당을 했다.
51) 유근준,「김교만 교수의 일러스트레이션 세계」,『아름다운 한국 ‘86 그래픽 4』, 미진사, 1986. 18쪽.
52) 김교만은 대학 재학 중이던 때부터 금속공예 작품을 국전에 출품하여 제4회(1955), 제5회(1956), 제6회(1957), 제8회(1959), 제9회(1960) 입선하였다. 이후 제10-11회, 제13-14회, 제16-20회까지 추천작가로, 제22회는 초대작가로, 제22회는 심사위원이자 초대작가로, 제23회는 초대작가로, 제24회는 심사위원이자 초대작가로, 제25회는 초대작가로, 제29회는 추천작가로 활동하는 등 1950년대 중반부터 1980년대 초까지 국전 공예부에 꾸준히 공예 작품을 출품하는 등 그래픽 디자이너로서 자기 정체성을 갖추어 가면서도 공예에 대한 관심을 이어나갔다.
53) 『서울대학교 미술대학사 1946~1993』에는 유영국이 서양화과 강사로 재직한 것으로 되어 있지만 유영국미술문화재단에서 발간한 『유영국저널』창간호(2004)에 의하면 1948년 4월부터 1950년 6월까지 2년 3개월간 도안과 교수로 재직했다고 한다. 유영국은 새로운 조형을 당시 문양을 단지 양식화하는 전통적 기법으로 작업하던 도안과에 소개하면 좋겠다는 김환기의 권유를 받았으며, 장발에게도 김환기가 권유하여 도안과 교수가 되었다고 한다. 김민수,「한국 현대디자인의 추상성의 발현」,『조형』, 제18호, 서울대학교 조형연구소, 1996. 참조.
54) 최성민, 「“김교만과 한국적 그래픽 디자인의 향방”에 대한 질의문」, 『1954-1979 서울대학교 미술대학: 인물과 사건 II』, 조형연구소 2011 학술대회 자료집, 2011, 57-58쪽.
55) 정시화와의 비공식 인터뷰 내용.
56) 김민수는 김교만 스타일이 1969년 제4회 상공미전 추천작가 출품작품에서부터 전조적으로 나타나 이후 그의 지배적인 스타일로 굳혀졌다고 보았다. 김민수,「서울대학교 미술대학의 디자인ㆍ공예교육 50년사: 1946~1996년」,『서울대학교 개교 50주년 기념학술심포지엄 논문집』, 조형연구소, 1996, 46쪽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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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1-28 23:44:5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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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교만과 한국 현대 그래픽 디자인.pdf (4838508 Bytes)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