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현주
  북유럽 디자인을 말하다
  

2008년 현재 시점에서 북유럽을 대표하는 기업을 꼽으라고 하면 핀란드의 노키아(Nokia) 사와 스웨덴의 이케아(Ikea) 사를 꼽을 수 있다. 「비즈니스위크(Business week)」가 인터브랜드와 공동으로 선정하여 발표한 2007년 <세계 100대 브랜드>에서 코카콜라, 마이크로소프트, IBM, GE에 이어 세계 5위를 차지한 노키아 사는 세계에서 가장 큰 이동전화 제조회사인데 한국에서는 삼성 애니콜이나 엘지 사이언 등 국내 휴대폰 업체들의 시장 장악력이 워낙 커서 노키아의 경우 국내에서는 상대적으로 대중적 인지도가 그다지 높지 않은 상황이다. 이것은 국내에 정식 매장이나 유통망을 갖고 있지 않은 이케아의 경우도 마찬가지인데 이케아 사는 포장, 운송, 창고비용 절감을 위해 손수 조립하는 DIY 가구 판매 시스템을 정착시켜 파격적으로 가격은 낮추고, 디자인 품질은 높이는 전략으로 세계 최대 규모의 가구회사가 되었고 현재 세계 35개국에 250여 개의 매장을 갖고 있다. 노키아나 이케아 이외에 세계적으로 널리 알려진 북유럽 기업이나 제품 브랜드로는 덴마크의 장난감 회사인 레고(Lego)와 오디오 전문업체인 뱅앤올룹슨(Bang&Oulfsen), 스웨덴의 볼보(Volvo)와 사브(Saab) 자동차, 하셀블라드(Hasselblad) 카메라, 앱솔루트 보드카(Absolut Vodka), 가전제품 회사인 일렉트로룩스(Electrolux), 스칸디나비안항공(SAS), 핀란드의 유리제품 회사인 이탈라(Iittala), 주택ㆍ정원ㆍ레저용 소비재 디자인회사인 피스카스(Fiscas) 등이 있다. 북유럽 기업이나 제품 들의 가장 큰 특징을 꼽으라면 그것은 아마도 기업 경쟁력의 상당 부분이 디자인과 관련되어 있다는 점일 것이다.
“스칸디나비안 스타일(Scandinavian Style)” 혹은 “스칸디나비안 디자인(Scandinavian Design)” 등으로 불리우는 북유럽의 디자인은 장식을 배제한 미니멀한 외관과 기능성에 근거한 '이유 있는 디자인'으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는데 이러한 특징들은 북유럽 5개국의 역사적 ․ 사회문화적 배경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스칸디나비아(Scandinavia)'라는 말은 본래 북쪽으로는 북극해, 서쪽으로는 대서양, 남서ㆍ남동 쪽으로는 북해와 발틱해로 둘러싸인 유럽 북부 산악지대 반도를 뜻하는 것으로 노르웨이와 덴마크, 스웨덴 등 3개국이 해당되지만 지정학적인 범주를 넘어서 인접 국가들로서 오랜 역사와 전통, 그리고 문화적 동질성 등을 함께 유지해왔다는 점에서 스칸디나비안 디자인에는 핀란드와 아이슬랜드 역시 포함 된다. 북유럽 국가들이 지역공동체로서의 정체성을 확고히 하고 이를 전 세계에 적극적으로 널리 알리기 시작한 것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1950년대부터인데 이 시기에 북유럽 국가들은 정부 차원에서 대대적으로 대규모 디자인 순회 전시회를 기획하여 미국이나 캐나다 등 북미 지역과 영국, 프랑스, 독일 등 유럽 다른 지역에 스칸디나비아 디자인을 적극적으로 소개하기 시작했다. 섬세한 기술과 높은 완성도, 조화, 자연스러운 느낌을 주는 북유럽의 아름다운 물건들은 많은 찬사를 받았고 이와 더불어 민주주의적이고 실용적이며 자연친화적인 스칸디나비아의 생활방식 자체에도 사람들은 더욱 매료되었다. 굿 디자인으로서의 가치와 기능을 갖고 있는 동시에 편안한 삶과 사회적 평등의 철학을 반영하고 있는 스칸디나비아 디자인은 그 출발부터 민주주의적 전통에 깊이 뿌리박고 있었고, 북유럽의 디자이너들은 독일의 엄격한 기능주의를 북구 고유의 수공예전통과 연결시켜 보다 따뜻하고 우아한 인간적인 기능주의 스타일을 창조해냈다. 또한 장애인 등 소수자의 일상생활을 개선하려는 휴머니즘에 바탕을 둔 인체공학적 디자인이 북유럽에서 특히 발달해온 것에서도 잘 알 수 있듯이 북유럽 국가에서는 사회적 배려를 중시하는 분위기가 매우 강하다. 그 결과 스칸디나비아 디자인의 특징을 요약하는 키워드로 겸손, 평등, 기능주의, 경제성, 인간공학, 생태학, 자연, 환경, 미학 등이 자주 언급이 되곤 한다. 한편 1994년에 노르웨이 릴레함메르에서 개최되었던 제17회 동계올림픽은 역대 동계올림픽 사상 가장 완벽하고 성공적인 대회로 평가받고 있는데, 특히 “녹색과 흰색(Green and White)"이라는 주제로 환경 올림픽을 표방하면서 감자전분을 이용한 식기와 자연산 샴프와 오일, 썩는 비닐 등을 참가자들에게 제공하고, 자연파괴를 막기 위해서 인공으로 동굴을 파서 경기장을 만들고 능선을 그대로 이용하여 산림훼손을 최소화함으로써 스칸디나비아 디자인의 정신과 가치를 다시한번 전 세계에 알리는 계기가 되었다.
스칸디나비아 디자인이 발전해오는 과정에서 개인 디자이너, 건축가, 공예가, 예술가 들의 활약도 매우 컸는데 핀란드의 건축가이자 가구 디자이너인 알바 알토(Alvar Aalto, 1898-1976)는 가장 스칸디나비아적이면서도 가장 세계적인 디자이너로 평가를 받고 있다. 그가 디자인하여 1937년 파리세계박람회에서 최초로 선보였던 유리병 콜렉션이나 목재 가구들은 지금도 전 세계 사람들로부터 사랑을 받고 있다. 덴마크의 아르네 야콥센(Arne Jacobsen, 1902-1971)은 오늘날까지도 프리츠 한센(Fritz Hansen) 사가 출시한 제품들 중 가장 성공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는 일명 ‘개미 의자(Ant)’를 1952년에 디자인했다. 이 밖에 은제품을 주로 디자인했던 조지 젠슨(Georg Jensen, 1866-1935)과 뱅앤올룹슨 사를 위해 오디오 관련 제품들을 디자인했던 야콥 옌센(Jacob Jensen, b.1926), '팬톤 의자(Panton Chair)'로 유명한 베르너 팬톤(Verner Panton, 1926-1998) 등도 덴마크 출신의 디자이너들이다. 스웨덴의 식스틴 사손(Sixten sason, 1912-1969)은 1950, 60년대에 하셀블라드 카메라나 사브의 자동차 모델 등을 개발해서 주목을 받았고 노르웨이의 페터 옵스빅(Peter Opsvik, b.1939) 역시 인체공학적인 사무용 가구를 디자인하여 디자인 분야의 새 장을 열었다.
1950년대부터 70년대까지 황금 시기(Golden Age)를 구가하던 북유럽 디자인은 1980년대에 접어들면서 이전 시기와는 다른 가치와 스타일을 찾는 포스트모던 흐름이 유력해지고 산업경제적 환경만이 아니라 사회문화적 가치가 바뀌자 다소 침체 되는 듯 했는데 1990년대 중, 후반이후 젊은 세대 디자이너들을 중심으로 다양한 실험과 시도가 이어지면서 다시 활기를 되찾고 있다. 한국에서는 스칸디나비아 디자인이나 생활방식을 직접 접할 기회가 많지는 않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북유럽 국가들이나 디자인에 대한 관심이 차차 높아지고 있다.

_강현주(인하대학교 시각정보디자인과 교수) * 월간 네이버 2008년 5월호 원고
2008-04-25 10:53:17


   

관리자로그인~~ 전체 212개 - 현재 4/24 쪽
185
강현주
2008-05-16
2530
184
강현주
2008-04-30
2317
강현주
2008-04-25
3944
182
강현주
2008-04-25
2991
181
강현주
2008-04-18
2160
180
강현주
2008-04-18
2173
179
강현주
2008-04-18
2047
178
강현주
2008-04-18
2097
177
강현주
첨부화일 : 상품의 탄생 그리고 디자인 이야기.hwp (43008 Bytes)
2007-08-19
269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