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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현주

우에노 공원과 록본기 아트 트라이앵글

	얼마 전 도쿄에 갔다가 국내에서 공공디자인의 벤치마킹 대상으로 많이 거론되고 있는 록본기 힐즈의 스트리트 퍼니처 작품들을 찾아보고 록본기 힐즈와 함께 아트 트라이앵글(Art Triangle)을 이룬다고 소개되는 도쿄미드타운, 일본국립신미술관 등도 다녀왔다. 이들 장소들은 공공디자인에 대한 사회 각계의 관심이 커지면서 그동안 국내 많은 언론매체들이 취재, 보도를 해왔고 각 지방자치단체에서도 여러 차례 견학 차 방문을 했던 곳이다. 그리고 이제 이곳은 일반 관광객들에게도 인기 있는 관광 코스가 되어 가는 것 같다. 문화예술과 디자인에 중점을 둔 성공적인 도시재생 프로젝트로서 록본기 지역 사례는 충분히 주목될 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된다. 하지만 록본기 아트 트라이앵글을 해당 지역의 도시 재활성화 프로그램으로서만 평가하기보다는 도쿄라는 도시가 19세기 말과 20세기의 근대화, 산업화의 시기를 거쳐 어떻게 21세기형 문화도시로서의 성격을 갖추어가고 있는가 역사적인 맥락에서도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된다. 도쿄 최초의 대중 공원(public park)으로 1873년에 문을 연 우에노 공원 일대가 박물관, 미술관, 과학관 등 전통적 문화예술 시설로 구성된 20세기 중반기까지의 문화예술 향유 공간의 전형을 보여준다면 록본기 일대의 아트 트라이앵글은 21세기가 지향하는 새로운 문화와 예술, 시장과 소비가 적극적으로 결합된 복합문화 소비 공간의 특성을 잘 보여주고 있다. 도쿄를 매력적이고 흥미로운 도시로 만드는 것은 록본기 아트 트라이앵글 같은 새롭고 도전적인 프로젝트를 과감하게 계획하고 실천해갈 수 있는 정책적 결단과 투자 여력 때문만이 아니라 오랜 세월을 거치면서 사람들의 일상 속에 차츰 삶의 일부로서 자리 잡게 된 문화적 자산들의 가치를 소중하게 여기고 잘 보존, 관리해왔기 때문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본다. 우에노 공원 일대의 문화예술 시설을 즐겨 찾는 사람들과 록본기 일대의 아트 트라이앵글에 열광하는 사람들은 기본적인 연령대나 문화적 취향, 소비패턴, 라이프스타일 등이 많이 다르지만 이러한 문화적 차이들이 바로 대도시에서의 일상에 다양성과 활력을 불어 넣고 삶을 풍요롭게 하는 것 아닐까 한다. 서울을 비롯한 각 지방자치단체들에서 공공디자인, 도시디자인에 많은 관심을 기울이면서 적극적인 지원과 투자가 이루어지고 있는 것은 디자인 분야 종사자로서 물론 반가운 일이지만 이것이 자칫 21세기형 디자인 새마을운동이 되지는 않을까 염려되기도 한다. 도시에 활력을 불어 넣는 새로운 아이디어와 프로그램의 도입은 성패를 논하기에 앞서서 그 자체만으로도 의미 있는 것이라 생각하지만, 오랜 시간동안 많은 사람들이 함께 생활하며 만들어온 도시의 풍경과 문화는 그 속에 살고 있는 사람들의 경험과 기억, 그리고 서사를 담고 있기 때문에 소중한 것이라 생각한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아무 것도 바꾸어서는 안 된다는 말은 아니다. 다만 무엇인가를 없애고자 할 때에 너무 성급하게 서둘지는 말았으면 좋겠다는 것이다. 재닛 윈터슨은 『무게』라는 책의 도입부에서 퇴적암의 지층은 책의 책장과도 같다고 하면서 그 위에는 동시대 삶의 기록이 쓰여 있다고 비유적으로 말했는데 도시 역시 마찬가지라고 생각된다. 퇴적층이 바다 밑바닥에 켜켜이 쌓이면서 광대한 시간대를 거쳐 퇴적암으로 형성되어 그 세월을 보여주듯이 우리의 도시 역시 여러 겹의 층위를 갖고 지나간 삶의 기록을 우리에게 더 많이 풍요롭게 들려주는 공간이 되기를 바란다. 2008-02-09 디자인미술관 웹진 원고 03
	2008-04-18 06:50:4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