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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현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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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둑맞은 편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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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세상에서 '비밀이 있는 것'은 전부 그런 식으로 스스로를 보이면서 숨깁니다(숨기면서 보이는 게 아닙니다). 신화의 이야기를 통해 사람들 앞에는 원초적인 상태의 신화가 나타나게 되지만, 그것은 나타나면서 바로 숨어버립니다. 그렇게 해서 원초적인 상태의 신화는 스스로를 비밀 속에 숨깁니다. 신화는 오랜 세월 동안 그런 식으로 이방인에게는 숨겨져 왔는데 인류학의 조사가 시작되었을 무렵에 마침내 신화도 문자로 기록되고 출판도 되어 오늘날의 신화학이라는 것이 시작된 셈이므로, 우리는 문자화된 신화를 읽을 때마다 “아! 이것은 애드거 앨런 포의 『도둑맞은 편지』와 마찬가지로, 표면에 스스로를 있는 그대로 보여줌으로 해서 오히려 지금까지보다도 더욱 깊은 비밀 속으로 숨으려고 하는구나” 하는 식의 공포감을 느끼면서 읽어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2.
사실 신화는 현실 세계에서 일어나고 있는 것보다도 훨씬 자유로운 사고를 하고 있는 듯이 보이지만, 실제로는 다른 종류의 구속을 받고 있습니다. 이 구속은 신화적 사고와 구체성의 세계와의 접촉에 의해서 발생하는 것이기 때문에, 가상의 영역에서 신화를 마치 장난감처럼 자유자재로 다루고 있으면 그런 구속은 보이지 않게 됩니다. 신화가 철학이라는 것은 그 누구도 부정할 수 없습니다. 왜냐하면 신화는 우주 속에서 구속을 받으며 살아가고 있는 인간의 조건에 대해 깊이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이런 구속에 대한 이해가 없는 곳에서 펼쳐지는 신화 놀이는 절대로 철학에 이르지 못하고 그저 ‘양식’ 만으로 끝나게 됩니다. 그렇게 되면 아무리 뛰어난 애니메이션 작품이라 해도 쾌락원칙을 위해 제공되는 소비물에 불과하게 됩니다.
3.
… 그런 사회에서 신화는 항상 현실의 구체적인 존재나 사실이나 현상을 떠나서는 존재할 수 없는 것이었습니다. 신화의 소재는 오감이 파악하는 현실이며, 창조의 재료는 현실의 사회 구조나 환경이나 자연의 생태입니다. 신화는 그런 구체적인 현실로부터 완전히 분리되지 않은 곳에서, 요컨대 ‘멀지도 가깝지도 않은’ 관계에서 만들어지고 또한 구전되었습니다.
4.
이 때 신화는 현실과 환상 사이에 서서 둘을 중개하고자 합니다. 게다가 환상 세계에 매몰될 경우의 위험에 대해 잘 알고 있습니다. 이와 같이 신화는 현실과의 대응 기능을 절대로 상실하지 않기 위해 노력합니다. 하지만 우리는 바람둥이 체리쿠토프처럼 현실 세계를 버리고 광대버섯 아가씨가 주는 쾌감에 빠져버리고 싶은 욕망도 몰래 갖고 있습니다. 바꾸어 말하면 현실을 잃더라도 가상의 세계에 들어가 버릴 가능성을 항상 갖고 있는 존재라 할 수 잇습니다. 우리의 마음은 현실 세계의 풍요로움과 복잡함을 오감을 통해 받아들이려고 하지만, 동시에 마음속에 있는 완전히 자유로운 가상의 영역에 빠져들고 싶다는 생각을 하기도 합니다. 광대버섯 아가씨의 유혹은 지금 바로 여기에 존재하는 위험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 위험성에 대해 신화는 경고를 해왔습니다. 인간이 자신의 마음속의 가상 영역에 너무 깊이 빠져 들어갈 때 인간은 우주 속에서도 균형을 잃습니다. 그러면 산은 폐쇄되고 빙하로 뒤덮여 지상에는 황폐함이 지배하게 될 것입니다. 우리의 현대 문명은 도처에 광대버섯 아가씨의 유혹으로 가득 차 있습니다. 본질적으로 사상적인 성격이 강한 문화가 그것을 조장하고 있습니다. 이럴 때 신화라면 뭐라고 할까요? ‘구체성 세계의 풍요로움을 다시 한 번 확인하세요’라고 말할 것이 분명합니다. 그것이 바로 ‘양식만’이 아니라 ‘내용’을 갖춘 신화라는 것입니다.
_ 나카자와 신이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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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5-02 05:17:2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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