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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현주

글꼴(1) - 활자, 식자, 폰트

	1998년 09월 21일 글꼴(1) - 활자, 식자, 폰트 1980년대 중반에 대학을 다녔던 나는 대학신문사에서 기자로 일을 했었다. 그때 대학신문은 활자로 만들어졌 었는데 학생기자들은 자신이 쓴 기사내용을 조판하기 위해 인쇄소에서 조판공 아저씨들을 따라다니며 글자를 한자 한자 뽑아 신문을 만들고는 했다. 그때의 기억은 지금도 생생하여 충무로 인쇄골목을 지나칠 때면 활자들 로 빼곡하게 차있던 인쇄소 풍경을 떠올리곤 한다. 지금은 명함집에서나 활자조판 모습을 볼 수 있는 것 같 아 가끔은 아쉬운 느낌이 든다. 한글자 한글자 정성스럽 게 새겨진 활자들을 뽑아 문단을 만들고, 오자를 찾아내 고, 손에 잉크를 묻혀가며 읽어가는 재미가 컴퓨터라는 차가운 상자속에 갇혀버린 느낌이라고나 할까? 대학신문은 활자로 만들었지만 그무렵 디자인 전공과제 는 주로 사진식자와 실크스크린을 이용하여 작업을 했 었다. 1990년대에 접어들면서 을지로와 충무로인쇄골 목 곳곳에 자리잡고 있었던 사진식자집들과 실크스크린 집들이 하나둘 사라져가고 그 자리에 전자출판 출력소가 들어서기 시작했고, 지금은 어느 곳에서도 페이스트-업 (paste-up)한 대지원고를 반기지 않게 되었다. 국내 디자인계에 매킨토시가 본격적으로 도입된시점은 1989년경이라고 할 수 있다. 이때부터 컴퓨터가 급속도 로 보급되었고 달라진 작업방식은 텍스트를 다루는데 있 어 과거에 있었던 여러가지 제한조건들과 어려움들로부 터 디자이너들을 해방시켰다. 사실 기존의 활자나사진식자에 의존한 디자인 작업에서는 디자이너들이 선택할 수 있는 한글이나 영문 글꼴들 이 제한될 수 밖에 없었고 그러한 조건하에서 실험적이 고 다양한 타이포그래피 작업들을 진행하는 데는 한계가 있었다. 그동안 답보상태에 있던 한글 서체개발은 디지 털 방식의 도입으로 짧은 시간에 많은 종류의 글꼴들을 개발할 수 있게 했고 국내에도 서체개발을 전문적으로 하는회사들이 생겨나게 되었다. 앞서 활자나 사진식자가 주를 이루던 시기를 다소 낭만 적으로 묘사하기는 했지만 디지탈 방식이 등장하기 전까 지 국내 디자이너들이 사용할 수 있었던 글자체들은 한 글의 경우에는 명조체나 고딕체 등 몇가지에 불과했 고 영문의 경우에도 다양한 서체들이 사용되기보다는 한글의 네모틀에 비교적 잘 어울린다는 이유로 헬베티카체 (Helvetica)나 유니버스체(Univers) 등 몇몇 서체들에 국한되어 있었다. 그러한 상황과 비교해본 다면 불과 10년도 안되는 기간동안 우리의 글꼴 환경 은 양적인 면에서나 질적인 면에서 놀라우리만치 발 전했다고 할 수 있다.
	2004-04-22 14:07: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