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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현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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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으로 유학가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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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8년 8월 1일
전통으로 유학가기
지난 학기에 색채학 수업을 진행하면서 나는 학생들에게 '일상생활
환경에서 단절된 우리 전통과 역사의 흔적 찾기'라는 거창한 제목의
과제를 내주었다. 제목은 거창했지만 실제 학생들에게 요구한 과제의
내용은 자신의 주변에서 우리의 전통색을 찾아보자는 것이었다.
다만 과제를 할 때 고려해야 할 점은단지 전통의 흔적을 발견하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1998년 현재의 시점에서도 아름답게 느껴지고
자신의 마음을 움직이고, 감동을 주는 전통의 배색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었다.
처음 과제를 내주었을 때 학생들은 대부분 박물관이아니라 서울이라는
대도시의 일상환경에서 전통적인 색의 흔적을 찾는 것이 쉽지 않으리라
걱정했고 더욱이 발견한다고 해도 과연 자신이 그러한 배색을 좋아하고
그 안에서 아름다움을 발견할 수 있을지 의아해 했다. 내 자신도 100%
자신이 있었던 것은 아니었기 때문에 학생들에게 그러한 대상을 혹시 찾지
못하거나, 찾더라도 그것이 현재 자신의 정서나 미감과 큰 차이가 있어
그 안에서 어떠한 아름다움도 느끼지 못한다면 있는 그대로 서술하여
과제를 내도록 했다.
몇 주 후 학생들이 과제를 제출했는데 그 결과는 매우 뜻밖의(?)
것이었다. 70여명의 학생들 중 2, 3명 정도만이 자신의 마음을 끄는
전통의 흔적, 혹은 전통적인 배색을 찾는데 실패(?)했다. 학생들 중
몇 명은 현재 시점에서 왜 이러한 과제를 해야하는지 처음부터 회의를
갖고 시작했고 그래서 사실 그다지 열심히 주변을 살펴 보지 못했다고
솔직히 시인했다. 대부분의 학생들은 그동안 자신이 무심코 지나쳤던
우리의 일상환경 속에 우리다운 배색, 우리다운 물건 등이 상당수
있었음을 깨닫고 그 안에서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어 즐거웠다고 했다.
언젠가 함께 디자인연구모임에서 함께 공부하는 분이 전통에 대한
우리의 태도,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주장하면서 오늘날 우리의
전통은 미국이나 일본, 혹은 그밖의 서구 등 외국의 문화들보다도
현재를 사는 우리들에게 더 멀리 떨어져 있고 잊혀져 있기 때문에
우리의 전통과 문화를 알려면 '외국에 유학가듯이 전통으로유학가려는
비장한(?) 결의와 각오를 하고 지속적으로 연구해야 한다'고 이야기한
적이 있었다.
나는 이 말에 공감하고 있는데 그 이유는 디자인을 전공하면서 그동안
나는 우리의 전통, 문화, 그리고 미술, 공예 등에 대해 알아야 한다는
생각만 했지 실제로 보고, 느끼고, 경험한 적은 별로 없기 때문이다.
책이나 그밖의 다른 매체들을 통해 우리 전통문화에 대한 지식을 넓히는
것도 중요하지만 요즘 나는 우리 주변에 흩어져 있는 우리 문화의
흔적들을 직접 가서 보고 느끼는 일 - 일종의 문화유산 답사라고나 할까 -
이 더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디자이너들이 진행할 프로젝트들이
줄어들어 경제적으로는 힘들겠지만 복잡한 머리도 식힐 겸 새로운 사업
구상도 할겸, 시간을 내어 전국 곳곳의 우리의 문화 유산들을 둘러
본다면 좋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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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04-22 14:02:4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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